생크림 품귀현상으로 동네 빵집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디저트 수요가 늘면서 생크림을 필요로 하는 곳은 지난해보다 많아졌는데 생크림의 원료인 원유(原乳) 생산량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피해는 대부분 프리미엄 디저트를 만들고 있는 동네빵집이나 카페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대형 제과업체나 빵집 프렌차이즈 등은 연간 단위로 계약을 맺어 우유업체들로부터 생크림을 우선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생산은 줄고 생크림 수요는 늘고

생크림은 소 젖에서 짠 원유를 탈지분유로 바꾸는 과정에서 나오는 유지방으로 만든다. 유가공업체들이 탈지분유를 만들어야 생크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몇 해 전부터 출산율 저하와 대체음료 증가 등으로 우유소비는 줄어든 반면 원유 공급은 넘치면서 유가공업체들이 우유를 탈지분유로 바꿔 창고에 쌓아놓기 시작했다. 우유는 금방 상하지만 가루 형태인 탈지분유로 바꿔놓으면 유통기한이 길어 1년 가까이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탈지분유 재고량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자 비용부담이 증가한 유가공업체들은 낙농가에 원유 감산을 요청했고, 동시에 자체적으로도 우유 생산을 줄이기 시작했다. 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원유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가량 줄었다. 국내 1위 흰우유 생산업체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의 경우 7% 감소했다.

통상 6, 7월은 무더운 날씨 때문에 집유량이 겨울에 비해 20% 가량 떨어진다. 반면 초·중·고등학생들이 방학에 돌입해 우유 소비가 늘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에 생산되는 원유는 대부분 흰우유나 가공유를 만드는 데 완전히 소비된다. 유가공업체들이 원유를 탈지분유로 만들 이유가 없어지는 시기다. 국내 1위 생크림 생산업체인 서울우유의 지난달 생크림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유통업체인 이마트에서도 올 상반기 국산 생크림 매입 금액이 전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분유 재고량은 여전히 많고, 원유 생산량은 줄어들면서 유가공업체들이 생크림을 제조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반해 국내 생크림 소비량은 매년 늘고 있다. 생크림이 들어가는 빵·케이크·빙과류 등 각종 디저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생크림을 포함한 국내 크림 소비량은 ▲2010년 3만8314t ▲2011년 3만8866t ▲2012년 4만153t ▲2013년 4만1176t ▲2014년 4만3575t ▲2015년 4만3464t로 5년 만에 13% 증가했다. ‘쿡방(요리방송)’의 영향으로 올 들어서도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는데 공급량은 되레 줄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동네빵집·카페만 발 동동

생크림 품귀에 발을 동동구르고 있는 곳은 대부분 동네카페나 중소 제빵업체들이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 CJ제일제당, 롯데제과 같은 대형 생크림 소비업체들은 국내 3대 생크림 생산업체인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과 연간 단위의 계약을 맺고 생크림을 우선 공급 받는다. 또 이들 업체는 보관 기관이 긴 냉동 생크림이나 식물성 팜유를 섞은 휘핑크림을 사용할 수도 있어 대안이 많다.

반면 제품 유통 주기가 짧고 프리미엄 디저트를 만드는 동네 디저트카페의 경우엔 100% 원유로만 만든 생크림이 필수다. 이들은 대부분 생크림을 대형마트에서 구매해왔기 때문에 막막한 상황이다. 서울 홍대 인근에서 디저트카페를 운영하는 문정애 씨(42)는 “지난달 초부터 생크림으로 만들던 메뉴 6가지 중 케이크를 제외한 나머지 5가지 메뉴는 아예 접은 상황”이라며 “냉동이나 휘핑크림을 쓰면 기존 제품과 맛이 다르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금방 알기 때문에 공급이 늘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유량이 늘어나는 올 가을께나 생크림 품귀현상이 풀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