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철폐로 체감경기 끌어올린 강원도 모델 눈여겨볼 때"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와 중국의 수입규제 강화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겨우 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체감경기가 다시 주춤하고 있다.

3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전국 2천4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6년 3분기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경기전망지수가 85를 기록, 지난 분기(91)에 비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BSI가 2016년 1분기 81에서 2분기 91로 올라갔다가 다시 85로 꺾인 모양새다.

BSI는 100 이상이면 이번 분기보다 다음 분기에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브렉시트로 인한 유럽연합(EU)의 보호무역 가능성과 중국의 수입규제책으로 신(新) 중상주의 회귀 우려와 함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른 위축 등으로 체감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 비중 90%의 한 가전업체는 "브렉시트 이후 세계 경기가 불안 심리로 가득 차면서 수요가 위축되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며 "강달러로 인한 환차익과 엔고로 수출경쟁력에선 앞서갈 수 있지만 수요 감소를 절대 넘어서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화장품 기업은 "중국에 법인이 없는 화장품업체는 '따이공'이란 보따리상을 통해 수출하는데 최근 중국이 자국 화장품산업 보호 명목으로 위생감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수출길이 좁아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확실한 대외 여건에도 강원도(117), 제주(110), 전남(107)은 기준치를 넘은 경기호전 전망을 내비쳤다.

규제 철폐를 통해 관광객을 모으는 강원도는 외국인투자 기대감에 높은 도약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의는 "규제 철폐로 체감경기를 한껏 끌어올린 강원과 인구유입책으로 활력을 불어넣는 제주의 성공비결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도는 지난해부터 동해안 철조망을 걷어내는 대신 CCTV, 무인경비 등 첨단장비를 설치하고 관광인프라(원주~강릉 철도 등)를 개발 중이다.

강원도는 관광 붐 조성을 위해 제주·수도권에 이어 중국 관광객의 무비자 관광가능지역도 확대했다.

인근 상공인들은 "철조망이 사라지면서 60년 묵은 체증을 해소했다.

철조망 걷은 자리에 외국기업의 투자 문의가 들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의 체감경기 호전 비결은 유입인구가 역대 최고수준까지 올라(1분기 4천183명) 도내 소비심리와 건설경기를 자극한 것이 주효했다고 제주상의는 설명했다.

전남도 나주·광양 도시재생사업과 순천 방문객 수가 지속해서 늘어 체감경기가 높아졌다.

그러나 전북(90), 경기(90), 서울(89), 대전(87), 충남(83), 경남(83), 부산(82), 경북(82), 충북(81), 광주(78), 인천(77), 울산(76), 대구(73) 등은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브렉시트 등으로 대외 여건이 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지만 하반기는 우리 기업의 성장세를 결정할 구조개혁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