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위험업종 여신 수시 점검·선제적 충당금 적립

시중 은행장들은 3일 연합뉴스의 설문조사에서 하반기에는 구조조정 대상기업들의 여신등급을 내리고, 충당금을 쌓는 등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국책 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 중 해운과 조선업에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농협은행은 하반기에 4천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상반기에만 1조3천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해 올해만 총 1조7천억원을 충당금으로 쌓게 된다.

이경섭 농협은행장은 "올해 조선업과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빠르고 대규모로 진행됐다"며 "조기경보시스템을 고도화해 여신 쏠림현상을 방지하고 산업분석, 여신심사, 감리 기능을 강화하는 등 시스템을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상반기에 상대적으로 충당금을 많이 쌓았던 우리은행도 구조조정에 선제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결산자료를 기초로 기업체 신용조사를 대부분 마쳤고, 신용등급에 의한 충당금 반영도 예정돼 있다.

또 기업체를 대상으로 '신용위험 상시평가'를 하고, 조선과 해운, 철강, 건설, 화학 등 5대 경기민감업종 기업의 여신은 수시로 점검할 계획이다.

부실징후기업 등 한계기업은 전담부서를 통해 집중 관리하고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주요 이슈 업종의 여신은 적정 한도를 재산정하고, 협력업체로의 부실이 옮겨가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한계기업 추가 선정을 통해 자산 건전성을 관리하고 우량자산 위주로 자산구조의 질도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에 한진중공업과 한진해운, 대우조선해양 여신의 건전성을 낮추고 충당금을 추가로 쌓은 KEB 하나은행도 산업 구조조정이 확대되면 하반기에는 충당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부실화가 우려되는 기업은 이미 개별평가를 통해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해 큰 우려가 없을 것으로 봤다.

함영주 KEB 하나은행장은 "지금도 상시적 위험진단 시스템을 갖추고 기업 현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부실징후기업으로 판단되면 사전적 기업개선 대상기업으로 선정해 선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부실수준에 맞는 맞춤식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과감하고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대기업들의 어려움이 중소기업으로 전이되고 있어 중소기업 정기 신용위험평가 시 구조조정 대상기업을 선제로 선정해 살아날 수 있는 기업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5개 은행장은 또 조선과 해운업 외에도 철강과 석유화학 등 경기민감업종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산업재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철강산업 내 공급과잉 부문과 1·2차 석유화학 등 공급과잉 업종은 기업활력제고법에 의한 자발적 사업재편과 설비감축 등 선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건설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올라 구조조정이 지속하고 있지만, 해외 건설사업의 침체가 지속하면서 기초체력이 더욱 악화한 상황"이라며 "건설경기가 나아질 모멘텀도 부족해 어려움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경섭 농협은행장은 "세계적인 공급과잉 상황에서 저가의 중국산 철강제품의 공급이 증가하고 있고, 수요처인 건설과 조선업은 장기부진상태에 있어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한계기업이 나타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