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싸구려 하이얼은 잊어달라"…결연한 눈빛, 삼성·LG는 못봤나
지난 28일 중국 하이얼 본사에서 만난 왕예 하이얼 부사장의 표정에는 굳은 의지가 엿보였다. 올 1월 인수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부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달 초 인수 후속작업을 모두 끝내서 성장할 일만 남았다”고 했다. 왕 부사장은 “GE 가전사업부는 이제 완전히 우리 회사”라며 “하이얼이 달라진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이얼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왕 부사장은 “옛날 하이얼은 잊어달라”고 거듭 말했다. 그는 “조만간 GE를 포함한 하이얼의 새로운 브랜드 운용 전략을 발표할 방침”이라고 했다. 새롭게 성장 로드맵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하이얼은 중국 최대 가전업체다. 연간 매출 규모가 35조원(지난해 기준)에 달한다. 중국 내수시장을 등에 업고 저가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많이 판 덕분이다. 하지만 ‘싸구려 이미지’는 하이얼 내부에선 스트레스였다. 저가 물량 공세로 매출만 많다는 인식을 벗는 게 큰 숙제였다고 직원들은 털어놨다.

왕 부사장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가전업체로 이미지를 높인 것을 보며 긴장도 하고 단련도 했다”고 말했다. 하이얼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어 보였다. 중저가 가전을 주로 판매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013년부터 프리미엄 가전시장에 도전,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며 해외 수출을 확대한 데 대한 부러움 내지는 경쟁의식 같았다.

하이얼은 올 1월 GE의 가전사업부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27일 한국 대유위니아와 프리미엄 밥솥 판매 계약을 맺었다. 인수와 합작을 통해 경쟁력을 올리고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야심이 엿보인다.

하이얼은 이미 변하고 있다. 이 회사는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선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인 ‘카사떼’를, 미국에선 ‘GE’를 새 프리미엄 브랜드로 내세울 계획이다. 물론 하이얼의 변화가 성공할지는 알수 없다. 삼성과 LG에선 “GE는 과거보다 입지가 줄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글로벌 가전시장에서 하이얼발(發) 지각변동이 시작된 것만은 분명하다. 적어도 ‘싸구려 중국산’이라고 우습게 봐선 안 될 일이다.

칭다오=정지은 산업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