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예의주시…거래소 이상거래 여부 심리 착수할 듯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사망했다는 '찌라시(미확인 정보)'에 30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가 한바탕 요동쳤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인위적으로 주가를 움직여 부당 이득을 취하려는 작전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삼성그룹이 공식 부인하고 나서면서 이 회장 사망설은 거짓으로 확인됐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찌라시 유포의 의도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날 점심 무렵 삼성그룹이 이 회장 사망을 "오후 3시에 발표할 것"이라는 설이 메신저와 SNS 등을 통해 급속히 퍼졌다.

이후 삼성그룹주 가운데 지배구조 개편 문제와 연관된 삼성물산과 삼성에스디에스의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성물산은 장중 8.51%, 삼성에스디에스는 7.61%까지 치솟았다가 삼성그룹이 부인하고 나선 뒤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하지만 장 막판까지 상승세를 유지해 각각 4.68%, 3.99% 상승 마감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도 2.08% 올랐다.

삼성물산과 삼성에스디에스는 삼성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장 지분을 많이 보유한 회사들이다.

그룹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가장 큰 이익을 누릴 것으로 관측되는 곳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특정 세력이 이들 종목을 미리 보유한 가운데 이 회장 사망설을 유포함으로써 지배구조 수혜주로 관심이 급격히 쏠리도록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조그만한 자극에도 주가가 움직일 수 있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이날 이 회장 사망설이 나돈 배경에는 인터넷 매체인 '아시아엔'의 보도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이 매체가 29일 자로 "이 (전) 삼성 회장(74)이 29일 오전 별세했다"고 전한 것으로 정보가 유통된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엔은 "2014년 이 회장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냈다가 삼성 측이 부인해 기사를 내렸다"며 "그런데 이 기사를 캡처해서 갖고 있던 누군가가 글자 일부를 교묘하게 바꿔서 어제 날짜로 다시 우리가 기사를 쓴 것처럼 만들어 인터넷에 퍼트린 것 같다"고 해명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날부터 공매도 공시제가 시행되는 것과 관련해 삼성전자 주가 상승을 자극하기 위해 작전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매도 공시제 시행 부담 탓에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한 '숏 커버링'이 활발해져 공매도 잔고가 높은 종목의 주가가 상승할 확률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들어 꾸준히 주가가 상승하면서 공매도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식은 거래량이 많고 시가총액도 커 '작전'이 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이런 분석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지배구조 수혜주인 삼성물산이나 삼성에스디에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사망으로 주가가 오를 만한 이유가 딱히 없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삼성그룹주의 이상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당장 뚜렷한 주가조작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정식 조사에 착수하기보다는 시장 동향을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이날 매매 내역을 심리해 이상거래 정황이 포착되면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 유관 기관에 조사 결과를 넘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