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환영…고용안정 프로그램 가동돼야", 노조 "노동자 직접 혜택 의문"

고용노동부가 30일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키로 하자, 조선업계는 일단 기대감을 표시하며 반기는 분위기다.

조선 도시인 경남 거제시·울산시 지역 상공계와 대형조선소 '빅3'도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빅3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 노동계는 기대감 속에서도 고용불안에 대한 걱정이 여전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으로 노동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갈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 지역 경제계 "환영…고용안정 프로그램 필요"

거제지역 상공계는 정부의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이 고용안정에 대체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경희 거제상공회의소 회장은 "몇 년 전 통영지역이 특별고용지역으로 지정됐지만, 그때는 시행 시기가 너무 늦어 근로자들이 통영을 떠난 뒤라서 다른 근로자들이 득을 봤다"며 "이번에는 정부의 빠른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고 반겼다.

원 회장은 "조선업계가 정부와 정치권, 채권단에게 요구했던 일방적인 구조조정 반대, 협력사 적극 지원 등의 사항들이 신속히 정책이나 행동으로 옮겨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거제 '빅2'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일단은 환영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중소 기자재업체들이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도 "고용유지금이나 실업급여 외에 대체 일자리 발굴과 전직 지원 등 실직자 개개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프로그램들이 가동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거제시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계기로 일자리 창출과 실직자 지원을 위한 사업계획을 최근 구성된 '노사민정협의회'를 중심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울산 현대중공업은 대형조선소 3사가 지정대상에서 제외된 데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울산상공회의소는 기대감을 표시하며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노력을 주문했다.

울산상의 최찬호 경제총괄본부장은 "현재 조선업 위기를 넘기는 수준에 그치지 않으려면 조선업 경쟁력 강화와 노사 간 진정성 있는 협의 등 정부 지원과 기업의 자구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본사가 있는 울산시 동구 김일만 경제진흥과장은 "모든 조선업종이 다같이 특별고용업종으로 지정될 줄 알고 준비했는데 관내 최대 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제외돼서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대기업이든 하청업체든 회사를 떠난 사람은 모두 힘들다"며 "울산 동구가 특별고용지원 업종 지정에 대비해 조선업종 퇴직자들을 종합 지원하기 위해 8월 중 설치하는 일자리 희망센터에서 조선업체에서 퇴직한 원·하천 근로자 모두 효과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STX조선해양 협력사협의회 회장은 "조선산업 구조조정으로 조선소나 협력업체들 고용상황이 나빠진 것은 분명하다"며 "이번 조치가 협력업체들의 고용을 유지하고 근로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노조 "고용불안 여전…생색내기식 발표 현실과 동떨어져"

노동계는 조선업 실직자에게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제공하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의 실효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대형조선소 노조들은 인력 감축으로 실직한 근로자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보다 '고용 유지·보장'을 더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에서 빅3를 제외한 것은 노조를 압박하려는 수단이다"며 경계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는 "정부는 빅3가 상대적으로 물량이 많이 남아있고 일정 기간 고용 유지 여력이 있어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한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인적 구조조정과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자구안 실행은 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생색내기식 고용 지원 및 지역경제 대책 발표는 현실과 동떨어진데다 정규직 고용과 임금을 양보하라는 일방적인 통보다"며 "정부가 하는 일에 대형조선소 3사 노조와 노협이 간섭말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번 정부 발표에 즉각 반발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조선업 위기 극복을 위해 조선업종 구조조정안을 정부가 주도했고 자구안을 내라고 해서 냈는데 지금 와서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특별고용업종 지정을 안 해준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에서도 정규직이 구조 조정되는 등 많은 종업원이 회사를 떠났다"며 대기업 조선소도 특별고용업종 지정대상에 포함하라고 촉구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민주노총 울산본부, 울산시민연대 등 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조선산업 대량해고·구조조정 저지 울산대책위원회'도 "정부의 알맹이 빠진 조선업 지원 발표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이번 지원안은 조선 3사를 제외한 조선해양플랜트협의회 소속 사업주에 대한 지원대책이다"며 "실제 고통 받는 노동자와 지역 소상공인에 대한 대책은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직 노동자에 대한 생활비 지원이 가장 필요한데 이런 부분은 아예 없다"며 "정부가 이번 발표에서 사실상 하반기에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고 강조했다.

빅3에 포함되지 않은 STX조선해양 노조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5년 전 통영이 고용위기지역으로 선정돼 신아SB가 받았던 혜택과 유사하다"며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사내 하청노동자들이 생계를 유지하며 재취업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규직 실직자는 정부 혜택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본다"며 "물량팀 중 자기가 스스로 고용됐다는 사실을 서류 등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 '특별업종' 지정 계기 감원 본격화 우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계기로 대형조선소 빅3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1차 자구계획에서 인건비 20% 축소를 단행하기로 했다.

사무기술직의 경우 임원급은 기존 반납액에 10%를 추가, 20∼30%를 반납하고 수석부장 15%, 부장급 이하 10% 각각 반납한다.

생산직은 연차휴가를 소진하도록 하고 내년 중 무급휴직을 시행한다.

2차 자구계획에서는 자회사 및 신사업을 전면 정리하고 서울 본사를 거제 옥포조선소로 이전하는 등 '야드 집중화'를 꾀하기로 했다.

비업무용 자산을 적극 매각하고 선별 수주와 생산능력 감축 등 수익중심의 경영전략을 펼친다
여기에다 잠수함 등 특수선사업부문 분할을 추진하기로 해 노조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5일 임원 임금 반납과 1천500명 연내 희망퇴직 등 내용이 담긴 자구계획을 공개했다.

2018년 말까지 3년간 경영상황과 연계해 전체 인력의 30~40%인 최대 5천400여명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7월부터 최고경영자(CEO) 임금 반납을 비롯해 임원 30%, 부장 20%, 과장 15%, 사원 10% 반납 등 임금 개편을 통해 9천억원을 절감하기로 했다.

무료로 제공하는 아침과 저녁 식사를 유료화하고 창립기념일 휴무 제도 폐지, 하계휴양소 운영 폐지, 학자금·의료비 지원 축소 등 복리후생 분야도 감축한다.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 등 3개 금융회사 매각, 자회사 분할 후 지분 매각, 인원 감축 등을 통해 3조5천억원을 확보한다는 것이 자구안의 핵심이다.

3개 도크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하고 설비를 매각한다는 방침도 마련했다.

회사 측은 최소 2∼3년가량 조선 위기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이런 구조조정을 통해 재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2018년까지 현재 8조5천여억원인 차입금을 2조원 이상 줄이고 부채비율도 134%에서 100%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이미 인원 감축을 위해 지난 5월 그룹 차원에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관련 5개사를 대상으로 사무직 과장급 이상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등 모두 2천여명이 회사를 떠나게 됐다.

3년 연속 조선 불황에 적자 경영이 계속된 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째 희망퇴직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황봉규, 이경욱, 장영은, 이정훈, 박정헌)

(거제·창원·울산=연합뉴스) b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