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 회장(왼쪽)이 29일 ‘LG글로벌챌린저’ 발대식에서 글로벌챌린저로 선발된 대학생들과 함께 깃발을 흔들고 있다. LG그룹 제공
구본무 LG 회장(왼쪽)이 29일 ‘LG글로벌챌린저’ 발대식에서 글로벌챌린저로 선발된 대학생들과 함께 깃발을 흔들고 있다. LG그룹 제공
구본무 LG 회장이 깃발을 든 팔을 양쪽으로 뻗었다. 구 회장의 예상치 못한 동작에 함께 깃대를 붙잡은 대학생들이 까르르 웃었다.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구 회장 모습이 어느 때보다 활기차 보였다.

구 회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LG글로벌챌린저’ 발대식에 참석해 대학생 140명을 격려했다. LG글로벌챌린저는 대학생들에게 여름방학 2주일간 해외 정부기관과 연구소, 기업 등에서 현장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국내 최초·최장수 대학생 해외 탐방 프로그램으로 구 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른 1995년 시작해 지금까지 2760명이 거쳐갔다. 구 회장은 22년간 한 해도 빼놓지 않고 발대식에 참석했다. LG그룹 관계자는 “그룹에서 주최하는 여러 행사 중에 구 회장이 특히 관심을 쏟고, 참석해서 즐거워하는 행사”라고 전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맞이한 저성장 국면과 환경문제는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여러분과 같은 우수 인재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도전과 과감한 시도들이 꿈꾸던 것을 현실로 바꿀 것”이라고 격려했다.

발대식에 참가한 최재필 씨(연세대 3학년)는 “대기업 총수의 소탈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최지혜 씨(이화여대 4학년)는 “연수 성적 상위자에게 부여되는 LG그룹 입사 자격이 주어지면 꼭 (회사에) 들어가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했다.

구 회장은 전날에는 대학교수들에게 연구비 증서를 직접 증정했다. 매년 30명의 교수를 선발해 1인당 연 3만6000달러의 해외연구비를 지원하는 ‘연암해외연구교수 지원사업’이다. 구 회장은 “LG는 대학이 곧 국가 경쟁력의 뿌리라는 믿음으로 28년간 해외 연구를 후원해왔다”며 “연구 목표를 성취해 성과를 후학들과 국가 발전을 위해 나눠 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뇌의 신경전달 과정을 세계 최초로 관찰한 이남기 포스텍 시스템생명공학부 교수, 영하 90도에서도 작동하는 반도체 소자를 최초로 개발한 박진홍 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등이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LG 관계자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다른 기업들이 비슷한 프로그램을 중단할 때도 LG는 계속 대학교수와 젊은 대학생들을 응원해왔다”며 “훌륭한 인재가 국가 경쟁력의 기반이 된다는 구 회장의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