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총재 시절 금을 대량 매입했던 한국은행이 최근 금값 상승에 미소를 짓고 있다.

과거 금을 높은 가격에 매입한 탓에 평가손실을 보고 있었지만 최근엔 금 가격이 오르면서 손실이 줄었기 때문이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이 현재 보유한 금은 총 104.4t이다.

2011년 추가매입 이전까지는 금 보유량이 14.4t에 불과했지만 전임 김중수 총재 시절 금 보유량 확충 계획을 세우고 공격적으로 금을 매입했다.

당시 한은의 금 추가 매입량은 2011년 40t, 2012년 30t, 2013년 20t 등 총 90t이다.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0년 0.03%에서 추가 매입 후엔 1.3%로 상승했다.

한은은 정확한 매입가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매월 외환보유액을 발표할 때 보유한 금의 가치를 시가가 아닌 매입 당시의 장부가격을 기준으로 기재하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말 공개한 외환보유액에서 보유한 금의 장부가격은 47억9천만달러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금의 가격이 큰 폭으로 급등락하고 있어 한은 보유 금의 평가액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엔 글로벌 경기 부진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시가로 평가한 한은 보유 금의 가치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28일 기준 국제 금시세인 트로이온스 당 1천315.68달러를 적용하면 한은이 보유한 금의 평가액은 44억1천613만달러다.

매입가격 대비 3억7천387만달러 가량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약 1천달러 수준에서 맴돌던 1년 전과 비교하면 평가손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 당 1천85.5달러였던 작년 7월에만 해도 한은 보유 금의 평가액은 36억4천351만달러였다.

시가로 평가한 손실이 11억4천648만달러였다.

아직 장부가격을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금 시세가 상승하면서 평가손 규모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국제 금 시세는 2006년 500달러 선에 머물다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2011년 9월 트로이온스당 1천900달러까지 급등하는 등 등락을 보였다.

한은은 금 매입이 외환보유액의 통화·상품 다변화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금 가격 변동에 따른 단기적 손익 평가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수시로 변동하지만 한은의 금은 단기 차익을 노린 매매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