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시행령 개정…바젤Ⅲ 규제 맞게 근거 명확화
은행 자가점포 임대제한 규제 폐지


은행이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확히 마련됐다.

금융지주 산하 비상장 은행들은 그동안 법령 해석에 의존해 우회적으로 발행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국제결제은행(BIS) 규제 기준에 맞게 영구채 방식으로 코코본드를 발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조건부자본증권 발행 근거와 절차 등을 명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 은행법 시행령을 공포하고 다음달 30일부터 시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는 은행 등 발행기관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거나 발생 시 미리 정한 예정사유가 발생하면 원리금이 자동으로 주식으로 전환(주식전환형)되거나 상각(상각형)되는 채권이다.

2013년 바젤Ⅲ 자본규제 도입 이후 후순위채권의 자본인정 요건이 강화되면서 은행권이 매년 4조∼6조원의 코코본드를 발행하고 있다.

정부도 구조조정 재원마련을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으로 코코본드를 발행해 자본확충펀드에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코코본드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근거 규정이 없다 보니 비상장사인 국내 대다수 은행들은 기존 은행법의 사채 관련 조문의 법령해석을 토대로 상각형 채권만 발행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은행, 기업은행을 제외한 금융지주 산하 대부분 국내 주요 은행은 비상장사이다.

개정령은 비상장 은행이라도 모회사인 상장 지주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경우 지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전환형 코코펀드를 발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또 상각 또는 주식전환이 일어나는 예정사유를 발행은행이 스스로 미리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금융당국에 의한 부실금융기관 지정만을 상각 예정사유로 해 코코본드를 발행할 수 있다.

코코본드 만기는 은행의 청산·파산일로 정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영구채 발행이 가능하도 했다.

바젤Ⅲ 규약상 코코본드가 자본으로 인정 받으려면 영구채 형태로 발행돼야 하는데, 국내 규정 미비로 은행들은 30년 만기 채권을 연장하는 형태로 우회해 코코본드를 발행해왔다.

한편 개정령은 은행의 부동산 임대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외은지점의 원화예대율 규제를 합리화하는 등 금융개혁 관련 사안을 반영하는 내용도 담았다.

은행들은 그동안 부동산 투기 억제 차원에서 영업점포로 활용 중인 보유 부동산의 임대 면적이 점포로 직접 활용하는 면적보다 커서는 안 된다는 규제를 받았다.

임대제한 규제는 2014년 직접 사용면적의 9배 이내로 한 차례 완화됐으나, 개정령은 이 9배 제한 규제마저 없앴다.

은행은 10층 건물 중 1개 층의 절반만 사용해도 돼고, 건물을 15층으로 증개축할 수 있는 등 점포 운영 및 임대사업의 자율성이 높아지게 된다.

개정령은 은행이 겸영할 수 있는 업무 종류를 일일이 열거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금융업으로 인허가 및 등록을 받은 업무는 원칙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규제체계를 바꿨다.

은행채 발행한도는 은행법상 상한인 5배 이내로 올리고, 1년 미만의 단기채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자회사 출자한도는 해외진출 시 출자수요 증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현행 자기자본의 15% 이내에서 은행법상 상한인 20%로 상향 조정했다.

외은지점의 원화대출 예대율 산정 시 본·지점간 장기차입금을 예수금으로 인정하도록 해 지금보다 대출 규모를 늘릴 수 있게 했다.

개정령은 이밖에 꺾기 금지 규제 대상에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추가하고 신경 분리된 수협은행에 적용되던 각종 특례를 농협은행 수준으로 축소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수협 관련 개정령 사안은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