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으로 상당수 영국 기업이 고용을 기피하고 투자를 동결할 것이란 조사 결과가 26일(현지시간) 발표됐다.
영국 '고용 한파' 시작되나…기업 30% "채용계획 없다"
영국 경영자단체인 IoD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확정된 지난 24일부터 사흘간 1000명의 사업주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체의 64%가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부정적 전망을 내놓은 응답자 가운데 57%는 매우 심각할 것으로 생각했다.

브렉시트가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은 전체의 23%에 그쳤다. 에릭 닐슨 유니크레디트 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융과 법률업계를 상대로 기술지원을 해주는 정보기술(IT)업체 한 곳은 지난주 브렉시트 결정으로 주문이 연기되면서 일거리가 모두 날아갔다”며 투자 동결이 가시화된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비관적인 사업 전망은 일자리 축소와 투자 기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을 동결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4분의 1에 달했고, 5%는 감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36%는 투자를 동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부 사업의 해외 이전을 검토 중이라는 비율도 5분의 1로 나타났다. 브렉시트를 기회 삼아 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이먼 워커 IoD 사무국장은 “브렉시트에 따른 기업인의 불안감은 좋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은행들이 건전하고 파운드화 급락으로 영국의 수출 여건이 개선되는 등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초저금리와 국채과다 등으로 정책 당국자가 적절한 경기부양 수단을 보유하지 못했다는 게 문제”라고 평가했다.

기업인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사지드 자비드 영국 산업부 장관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충분히 강하기 때문에 당황할 필요가 없다”며 공포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외신은 기업이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