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환시장에서 27일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원40전 오른 1182원30전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1188원50전까지 상승했다가 불안심리가 누그러들면서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사진은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서울외환시장에서 27일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원40전 오른 1182원30전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1188원50전까지 상승했다가 불안심리가 누그러들면서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사진은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아시아 주식시장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공포에서 한숨 돌렸다. 27일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2% 이상 상승한 것을 비롯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한국 코스피지수 등도 일제히 반등세를 탔다. 하지만 지난 24일 낙폭이 지나쳤던 데 따른 반발 매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시아 증시는 당분간 브렉시트 진행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높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브렉시트 이후] "시스템 위기까지 안갈 것" 반등했지만…향후 1~2주 '살얼음판'
◆하루 만에 반등한 아시아 증시

24일 아시아 증시 가운데 최대 낙폭(7.92%)을 기록한 닛케이225지수가 아시아 증시 반등을 이끌었다. 닛케이225지수는 1.3% 오른 채 출발해 상승폭을 꾸준히 확대했다. 전거래일보다 2.39% 상승한 15,309.21에 마감했다. 상하이종합지수도 1% 이상 오르면서 상승에 동참했다.

코스피지수는 개장 직후 1900.83까지 밀리는 등 브렉시트 충격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후 기관투자가의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지난 2월12일(4286억원 순매수) 이후 최대인 406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최악의 경우 하루 5000억~1조원가량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했던 외국인 자금도 2371억원 순매도에 그쳤다.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반등한 것은 브렉시트가 유럽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나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뒤흔드는 ‘시스템 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시장이 기대했기 때문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리먼브러더스 사태나 유럽 재정위기 때에 비해 위험강도는 약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29일 회의 결과에 촉각

아직 위기 확산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등에서 각국의 대응방안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1~2주가량은 브렉시트 충격이 시장을 흔들 여지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EU 28개 회원국 정상은 28~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브렉시트 후속 대책을 논의한다. 28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국민투표 이후의 영국 상황과 대책 등을 설명한 뒤 둘째날엔 캐머런 총리를 제외한 27개국 정상이 영국과의 ‘이혼 절차’를 논의하는 비공식 회의를 연다.

미국, 영국, 유럽중앙은행(ECB) 수장들의 회동은 무산됐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재닛 옐런 의장이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28~29일 열릴 ECB 주최 연례 정책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이날 발표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 등 유럽 지역 언론들은 영국 중앙은행(BOE)의 마크 카니 총재가 ECB 정책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당초 금융시장에서는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3대 중앙은행 수장들이 모여 국제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됐다.

주목할 변수로는 위기 진앙지인 영국 파운드화의 추이와 EU 탈퇴 확산 여부가 꼽힌다. 파운드화의 급락세가 진정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신용경색이 확산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이날 런던 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 가치는 전거래일보다 3.8% 떨어진 파운드당 1.3152달러까지 추락해 1985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유동성 공급과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엔고(高)가 가속화하면 일본은행은 임시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추가 양적 완화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증시, 실적 하향조정 부담

한국이나 중국 증시에 비해 일본 증시는 엔고로 인해 큰 폭으로 출렁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수출 기업 채산성 악화로 2016회계연도 경상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골드만삭스는 달러당 115엔을 전제로 2016회계연도 주요 상장사 경상이익이 7.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100엔으로 오르면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중국 증시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후폭풍이 상하이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문사 싱스투자는 “중국은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3% 전후에 불과해 글로벌 투자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브렉시트 이후] "시스템 위기까지 안갈 것" 반등했지만…향후 1~2주 '살얼음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 파운드화의 폭락도 패닉 수준은 아니었다. 브렉시트가 초래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영국과 EU 지도자들은 효율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도쿄=서정환 특파원/베이징=김동윤 특파원/김동욱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