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이사장 아들, 경영 관여 없이 수년간 100억 이상 챙겨"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청탁을 받고 롯데면세점 입점에 편의를 주도록 회사 측에 지시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입점 컨설팅 명목으로 돈을 받아간 명품 유통업체는 신 이사장의 아들에게 수년간 100억원 이상의 돈을 급여 명목으로 지급한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 관계자는 27일 "신 이사장의 지시로 롯데면세점이 네이처리퍼블릭의 입점을 가능하게 해 줬고, 매장 위치도 유리한 쪽으로 변경시켜줬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명품 유통업체 B사 대표 이모씨와 호텔롯데 롯데면세점 부사장을 지낸 이원준 롯데쇼핑 사장을 최근 조사하면서 이 같은 진술을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신 이사장의 아들 장모씨가 B사와 롯데면세점 입점 컨설팅 및 매장 관리 위탁계약을 맺고 있었다.

이처럼 형식적인 외관을 갖춘 뒤 정 전 대표가 면세점 입점이나 매장 관리를 위한 청탁성 금품을 신 이사장에게 건넸다는 게 의혹의 뼈대다.

신 이사장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정 전 대표로부터 10억∼20억원 정도를 '뒷돈'으로 챙겼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검찰은 B사의 실질적 운영자가 신 이사장의 장남이 아니라 신 이사장이라는 단서도 확보했다.

회사 경영은 신 이사장이 주도했지만 소유주로 돼 있는 신 이사장의 아들이 배당금과 별도로 거액의 급여를 회사로부터 챙겨 간 정황도 포착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신 이사장의 아들은 회사 경영에 관여를 안 했는데 급여를 수년간 100억 이상 받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에 이익금이 있으면 급여든 배당이든 빼내간 구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 이사장의 아들이 받은 급여 등의 일부가 모친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인해 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검찰은 가급적 이번 주 신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정 전 대표의 입점 로비 의혹을 조사하기로 하고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이보배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