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한국차 연 22만대 관세폭탄 노출…"유럽시장 회복세 꺾이는 게 더 문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가 수출하는 자동차 22만여대가 관세 폭탄에 노출될 전망이다. 2년 뒤 영국으로 수출하는 차에 대해 이전처럼 10%의 관세를 낼 수도 있어서다. 그동안 국내 완성차업체가 생산한 차는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영국에 무관세로 수출돼 왔다.

26일 자동차산업협회 및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쌍용자동차 등이 지난해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영국에 수출한 차는 총 10만5470대에 달했다. 현대차 1만192대, 기아차 3만6422대, 한국GM 5만2801대, 쌍용차 6055대 등이다. 올 들어서도 지난 5월까지 4만1379대를 영국에 팔았다.

현대·기아차가 유럽 현지에서 생산해 영국에 수출하는 물량도 있다. 연간 기준 약 12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체코(연 33만대)와 터키(연 20만대)에서, 기아차는 슬로바키아(연 33만대)에서 현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영국 수출 물량엔 현대차 인도 공장의 물량도 일부 포함돼 있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과 해외 공장 물량을 합치면 영국으로 수출하는 한국 자동차는 22만대가 넘는다. 22만대의 수출용 차가 관세 폭탄에 노출된다는 얘기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영국이 EU 탈퇴를 협상하는 2년 사이에 우리가 영국과 별도 FTA를 맺지 못하면 연간 22만여대에 달하는 영국 수출용 차가 관세를 물게 돼 수출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도요타 등 영국에 공장을 갖고 있는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영국에서 다른 유럽 국가로 수출할 땐 오히려 관세를 물어야 해 유럽에 공장을 둔 현대·기아차는 일부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관세 폭탄과 함께 브렉시트에 따른 유럽 경기침체도 문제로 꼽힌다. 현지 금융시장과 현물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살아나던 유럽 자동차시장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대차 관계자는 “성장세로 전환된 유럽 자동차시장이 다시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브렉시트가 현물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