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각한 유럽 외무장관 > 유럽연합(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창설을 주도했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6개국 외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 있는 외무부 영빈관 정원에서 브렉시트 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베를린EPA연합뉴스
< 심각한 유럽 외무장관 > 유럽연합(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창설을 주도했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6개국 외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 있는 외무부 영빈관 정원에서 브렉시트 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베를린EPA연합뉴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글로벌 외환시장이 혼돈에 빠졌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1985년 플라자합의 이전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세계 통화의 균형추가 깨졌다. 중앙은행들은 겉으론 공조 분위기지만 이면에서는 국익을 최우선하는 ‘환율전쟁’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스위스 이어 일본도 대기 중

브렉시트를 빌미로 환율전쟁 방아쇠를 가장 먼저 당긴 건 스위스 중앙은행(SNB)이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대표적 안전통화인 스위스 프랑화로 ‘사자세’가 몰리면서 가치가 유로당 1.10프랑에서 1.06프랑으로 급등하자 SNB는 주저하지 않고 프랑화를 시장에 푸는 개입을 단행했다. 프랑화 가치를 다시 1.08프랑까지 떨어뜨린 뒤에는 개입한 사실까지 공개했다.

브렉시트의 최대 희생양으로 지적되는 일본은행(BOJ)도 시장 개입을 위한 안전핀을 뽑았다. 이날 장중 한때 엔화가치는 2013년 11월 이후 2년7개월 만에 최고인 달러당 99엔까지 치솟았다. 엔고(高)는 엔저(低)를 기반으로 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 정책(아베노믹스)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일본 재무성 고위관계자는 다음날인 25일 “(공조가 아니라) 결국 국익과 국익의 싸움(환율전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고가 지속되면 좌시하지 않고 언제든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선전포고를 날린 셈이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게이단렌 회장도 “과도한 환율 변동에 (정부의) 합당한 대응을 기대한다”며 개입을 촉구했다. 싱가포르 중앙은행도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달러 강세에 초긴장

[브렉시트 이후] "모든 조치 준비됐다" 각국 중앙은행 환율전쟁 '임전무퇴'
달러화 가치가 브렉시트 이후 3% 급등하자 미국 중앙은행(Fed)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달러 강세는 수출 둔화와 기업이익 감소, 증시 하락 등으로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며 사실상 긴축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앞서 재닛 옐런 Fed 의장은 23일 의회 통화정책 보고에서 “브렉시트가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달러 강세에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는 오는 7월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확률을 모두 0%로 낮췄다.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11월 인상 가능성은 1%대로 떨어졌다. 50%이던 12월 인상 확률마저 15%로 급전직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ed가 연내 금리를 못 올린다는 전망이 75%에 달한다고 전했다. 반면 오히려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 25%로 급등했다고 덧붙였다. 월가의 한 전문가는 “매달 초 노동부가 발표하는 전달 고용동향은 기준금리 인상의 신호기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지준율 인하 시사한 중국

브렉시트로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는 중국의 인민은행도 금융시장 불안을 이유로 “대응방안을 마련했다”며 가세했다. 투자은행인 UBS는 위안화가 절하되더라도 유럽연합(EU)의 수요 감소 탓에 중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신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추가로 낮춰 시중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렉시트로 인해 올해 초처럼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는 것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필요 시 2500억파운드(약 3700억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을 공급하고 추가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0.05%까지 낮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중앙은행도 자국 통화가치를 더 떨어뜨려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향후 외환시장은 중앙은행의 개입이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열 총재 “대응책 마련”

한국은행도 각국 중앙은행 움직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한다.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회의에 참석 중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일정을 앞당겨 27일 귀국한다. 한은 관계자는 “귀국 즉시 긴급간부회의를 소집해 브렉시트 투표 이후 각국 중앙은행 움직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앵거스 디턴 美 프린스턴대 교수(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브렉시트 이후] "모든 조치 준비됐다" 각국 중앙은행 환율전쟁 '임전무퇴'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나기로 결정해 유감이다. 투표 결과는 경제적 측면에서 전적으로 부정적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더욱 혼돈스러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지 못하며,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뉴욕=이심기/도쿄=서정환/베이징=김동윤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