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가 결정되면서 EU 잔류 진영을 이끈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향한 책임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잔류 진영에서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국론 분열을 초래한 책임론이 확실시된다.

그는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총리직을 고수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그가 꺼내든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자충수로 드러남에 따라 정치적 행운을 이어가던 그는 치명상을 입게 됐다.

캐머런은 2010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제1당 자리에 올려놓고 총리에 올랐다. 당시 43세로 1812년 로드 리버풀 총리 이래 최연소 총리였다. 노동당 집권 13년에 마침표를 찍고 보수당 정부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캐머런은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보수 성향의 자유민주당을 연립정부로 끌어들였다. 여기서 국민투표 기류는 시작됐다.

투표 운동을 시작한 보수당은 그야말로 '내전'을 치렀다. 상대 진영을 향해 비난과 독설들을 주고받았다.

투표 결과 찬성으로 나오면 존슨 전 시장은 유력한 차기 보수당 대표로 올라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투표 운동 기간 탈퇴 진영에서 총리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캐머런 총리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총리의 호소는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각종 여론조사가 공개됐다.

국정 운영을 책임진 총리의 리더십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캐머런 정치적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보수당 탈퇴파가 투표에서 승리하면 그간 쌓일 대로 쌓인 캐머런에 대한 분노와 불만을 표출하는 물리력 행사, 즉 사퇴 압력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언론들은 관측한다.

투표를 앞두고 보수당 의원들 사이에서 패배 시 캐머런 총리가 "30초도 못 버틸 것"이라고 공공연히 나왔다.

더욱이 이번 투표는 세대, 계층, 지역별로 갈라진 영국을 만들었다.

EU 잔류와 탈퇴 중 하나를 선택하는 단순한 투표였다. 하지만 41년 만에 벌이는 EU 찬반 선택을 놓고 세대, 계층, 지역별로 입장이 뚜렷이 갈렸다.

이 과정에서 온갖 불만이 표출됐다. 또 찬반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면서 갈등과 대립은 더욱 증폭됐다.

투표 결과는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좌절시킬 것이다. 투표 운동이 통합에 보탬이 됐다는 평가는 거의 없다. 국민들의 70%가 '분열적'이었다고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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