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43년을 함께하던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선택을 했다.

이민 억제와 주권 회복을 뜻하는 '통제를 되찾자'라는 EU 탈퇴 캠프 슬로건에 동의한 유권자들이 'EU 내에서 더 강하고, 더 안전하고, 더 잘사는 영국'을 내건 EU 잔류 진영의 호소에 공감한 유권자들보다 더 많았다.

투표 운동 초반만 해도 찬반 진영 간 쟁점은 다양했다. 하지만, 막판에 유권자들이 찬반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이민과 경제로 수렴했다.

최대 이슈는 이민이었다. 터키의 EU 가입이 화두였다. 인구 7600만명의 이슬람국가 터키가 EU에 곧 가입해 영국을 '이민자 천국'으로 만들 것이라는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찬성 측은 캐머런 총리가 터키 EU 가입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영국에서 이민은 비단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고 싱크탱크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 조너선 포르테스 펠로우 연구원은 진단했다.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뺏고 임금을 하락시킨다는 불만뿐만 아니라 학교가 부족하고 국민건강서비스(NHS)를 받으려면 장기간 대기해야 하고, 주택난으로 집값이 치솟은 것도 늘어난 이민자 탓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反)이민 정서의 밑바닥에는 '영국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정체성'에 대한 경계감도 깔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EU 정당인 영국독립당(UKIP)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경제보다 삶에 더 많은 의미가 있다. 평범한 괜찮은 영국인들이 몇 년간 형편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영국독립당은 난민 행렬 사진에 '한계점'이라는 문구를 적은 EU 탈퇴 호소 포스터를 내놓기도 했다. 반(反)이민 정서가 노골적으로 묻어난 대목이다.

패라지 대표는 이날 브렉시트가 확정되자 "영국 독립의 날"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 역시 난민들을 '난민'과 '경제적 목적의 이민'으로 구분하려는 태도다.

단순히 일자리를 찾아 들어오는 이민자에 대해선 정부 내에서도 강한 거부감이 존재한다.

심지어 이민자들에서조차 "일은 안 하고 정부 돈으로 사는 이민자들이 많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런던 교외 킹스턴에서 만난 이민자들은 "이민자들이 너무 많다"면서 이민을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았다. '놀고먹는' 이민자들에 대한 영국인들의 반감이 넓게 퍼져 있음을 방증한다.

EU를 떠나려면 영국은 2년내 EU와 협상을 벌여 무역·국경통제·국방·외교·산업규제 등 EU 내 규정 전반을 놓고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탈퇴 협상을 벌여야 한다.

EU 잔류 진영은 무역과 외국인투자 등이 위축되고 파운드화 약세와 유럽금융센터로서의 지위 상실 등 경제적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2년 내 일자리가 50만개 사라지고, 국내총생산(GDP)이 잔류때와 비교해 3.6% 낮고, 가구당 연간 4천300파운드(약 720만원)를 잃게 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놨다.

경제성장이 2년간 사실상 멈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앙은행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도 정도는 다르지만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정부 재정에 200억(약 33조6000억원)~400억파운드(약 67조2000억원)의 블랙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오스본 장관은 재정 구멍을 메우려면 소득세·상속세·연료세 등 증세와 교육·국민건강서비스(NHS)·교통 등에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는 게 불가피하다고 했다.

EU 탈퇴 진영은 이를 '공포 프로젝트'라고 반박했다. 영국이 EU를 떠나도 세계 경제규모 5위의 대국이라는 영국의 지위와 위상을 무시하지 못하는 '시장 원리'가 작동할 것인 만큼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U에 매년 내는 30조원 규모의 분담금을 복지와 신성장 동력에 돌리면 더 잘 살 수 있다고 설득했다. 결국 유권자들 다수는 이민 억제와 EU로부터 주권을 되찾는 데 한 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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