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잔류로 결정나길… >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부부가 23일(현지시간) 런던의 한 투표소에서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를 한 뒤 나오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 EU 잔류로 결정나길… >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부부가 23일(현지시간) 런던의 한 투표소에서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를 한 뒤 나오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가르는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애초 브렉시트는 EU를 대상으로 특별국 지위를 얻으려는 협상카드로 추진됐다. 중동지역 분쟁 격화로 EU에 난민이 대거 쏟아져 들어오고, EU에 대한 불만 여론이 커지면서 EU를 탈퇴하자는 여론이 잔류하자는 여론과 비슷할 정도로 커졌다. EU로서는 1957년 유럽경제공동체(EEC)로 시작한 통합체제 이후 최대 위기다. 이번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EU 체제가 상처를 입는 것은 물론 세계 정치·경제 지형까지도 바뀔 수 있다.

(1) 브렉시트 투표 왜 하게 됐나
캐머런, 작년 총선공약으로 들고 나와


브렉시트의 씨앗은 보수당 소속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총선 전략으로 브렉시트 국민투표 공약을 내걸면서 뿌려졌다. 2013년 1월 캐머런 총리는 2017년까지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2015년 5월 총선을 앞두고 EU 체제에 반감을 가진 보수당 내 강경파들을 무마하기 위한 선거전략이었다. 지난 2월19일 EU가 영국의 특별 지위를 인정하는 협상안을 타결하자 20일 곧바로 6월23일에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EU 탈퇴 의향까지는 없었던 캐머런의 승부수는 그의 정치적 명운까지 가르게 될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2) 누가 찬성하나
보수당 강경파 "영국이 우선" 탈퇴 주장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을 비롯한 보수당 내 강경파들과 극우정당인 독립당(UKIP) 등이 EU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루마니아 등 동유럽 EU 회원국 출신 이민자에게 일자리를 뺏긴다고 여기는 저소득층, 영국 주권이 EU에 침해당한다고 여기는 노년층도 브렉시트를 찬성하고 있다. ‘영국이 먼저(Britain first)’라는 신념 때문이다. 이들은 영국이 EU에 내는 분담금이 지난해 기준 180억파운드(약 30조원)로 과다하며 이를 건강보험 등 영국민 복지에 쓰는 게 더 낫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EU의 각종 규제에 대한 반감도 작용하고 있다.

(3) 누가 반대하나
노동당·젊은층 "경제가 먼저" 잔류 지지


야당인 노동당과 스코틀랜드 국민당, 젊은 층은 대체로 브렉시트를 반대한다. 보수당 내에서도 캐머런 총리 등 EU 잔류파가 있다. 상당수 영국 기업도 EU 잔류를 호소한다. EU 회원국으로서 얻는 경제적 혜택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EU는 5억 인구를 가진 세계 최대 단일 시장이다. 영국 수출 가운데 대(對) EU 수출 비중은 44%에 이르는데, 브렉시트시엔 무역 장벽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EU를 탈퇴하면 런던시티의 금융허브 기능이 붕괴되고 파운드화 가치가 15% 이상 급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4) 지금까지 시장 반응은
파운드화 가치 오르고 각국 증시 회복세


이달 들어 EU 탈퇴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자 시장은 공포에 휩싸였다. 투자자들은 엔화, 금,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급격히 몰려갔다. 지난 16일 조 콕스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의 총격사망 이후 잔류 여론이 강해지면서 공포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졌다. 이달 초 급락한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22일까지 나흘간 5.2% 급반등했다. 영국 증시를 대표하는 FTSE100지수는 16일 5899.97까지 급락했다가 투표 하루 전인 22일 6261.19로 회복했다. 한국 코스피지수와 일본 닛케이255지수도 같은 기간 각각 2.1%와 4.4% 올랐다.

(5) 주요국 입장은
美·日·佛 등 대부분 국가 브렉시트 반대


대부분 브렉시트를 만류해왔다. 프랑스 독일 등 EU 회원국 수장들은 EU 체제의 훼손을 우려한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뿐 아니라 EU의 미래가 이번 투표에 달려 있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브렉시트 땐 미국과 영국이 새로 무역협정을 맺는 데 최대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브렉시트는 영국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에 호의적인 주요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도다.

(6) 탈퇴 시 영국이 받는 영향은
英 성장률 떨어지고 다국적기업 탈출


주요 경제분석기관들은 영국 경제성장률이 잔류할 때와 비교해 단기적으로 1.3~3.3%포인트, 중장기적으론 0.1~7.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EU 회원국으로서 누린 각종 특혜와 무역협정이 무효화되는 것이 가장 큰 피해다. EU는 물론 EU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한국 등과도 새로 협정을 맺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영국에 지역본부를 두고 유럽시장을 공략해온 다국적 기업들의 영국 이탈도 예상된다. 현재 비(非)EU 기업의 유럽법인 절반이 영국에 포진해 있다.

(7)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은
교역량 줄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커져


영국과 EU가 갈라서면 EU, 나아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다. 영국을 제재하려고 EU가 무역장벽을 세울 경우 전체 교역량이 줄어들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브렉시트 발생 시 OECD와 유럽 주요국 및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의 경제성장률이 2018년 0.3%포인트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안전자산으로 급격히 돈이 쏠려 금융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등 미국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8)국도 영향 받나
국내 증시서 영국계 자금 유출 가능성


그럴 가능성이 높다. 상품교역과 금융시장 모두 영향을 받는다. 우선 대(對)영국 무역량이 감소할 수 있다. 영국 내 수요가 줄어 2020년까지 한국의 수출이 연간 4억~7억달러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인 달러, 엔화에 매수세가 몰려 원화 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들어왔던 영국 등 외국계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수도 있다. 영국계 자금의 주식 순매수 금액은 전체의 15% 수준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9) EU 와해 신호탄 되나
EU에 불만 많은 국가 '도미노 이탈' 우려


영국이 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하면 EU에 불만을 가진 EU의 다른 회원국 내 정치세력들이 ‘영국처럼 국민투표 하자’고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의 극우파 정치인들은 이미 EU 잔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탈퇴 여론을 달래려고 EU가 특혜를 주면 EU의 주축인 독일 등에서도 불만이 커져 통합체제에 균열이 올 가능성이 높다. 영국이 나가면 독일 프랑스 등의 분담금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10) 영국이 잔류하면 영향 없나
정치적 혼란 계속…벌써 "재투표" 목소리


아니다. 투표일 막판까지 찬반이 백중세였다는 점에서 불씨가 완전히 꺼지긴 어렵다. 탈퇴파에서는 벌써부터 잔류진영이 이기더라도 재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보수당의 분열 상태가 지속되고, 캐머런 정부의 정책은 의회에서 건건이 발목 잡힐 공산이 크다. EU도 분열할 수 있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EU를 공동의 재정·통화정책을 쓰는 재정동맹과 일반동맹으로 이원화해서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이정선/이상은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