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줬다가 되찾거나 '선양' 약속 뒤집어

전문 경영인 체제가 정착한 일본에서도 '카리스마 창업주'가 '박수칠때 떠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손 마사요시(孫正義·손정의·58)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이 '60세 은퇴' 계획을 철회하고, 후계자로 지목했던 인도 출신 니케시 아로라 부사장을 내보낸 일이 화제가 된 가운데, 각각 의류와 전자분야의 기업인 유니클로, 니혼덴산(日本電産) 등에서도 유사 사례가 확인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3일 보도했다.

유니클로를 세계적인 중저가 의류 메이커로 키운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야나이 다다시(柳井正·67) 회장 겸 사장은 이전부터 공언해온 '65세때 사장 은퇴' 공약을 64세때인 2013년 10월 철회했다.

"글로벌화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은퇴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패스트리테일링의 실질적 창업자인 야나이 회장은 2002년, 당시 입사한 지 3년밖에 안 된 다마스카 겐이치씨(玉塚元一·현재 편의점 대기업 로손 회장)에게 파격적으로 사장직을 물려줬다가 2005년 '돌려받은' 전력이 있다.

결국 야나이는 지금도 경영권을 틀어쥔 채 2020년에 현재의 3배인 매출 5조 엔(약 55조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니혼덴산의 창업주인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71) 회장 겸 사장도 비슷한 케이스다.

그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됐던 구레 분세이(吳文精)는 작년 9월 니혼덴산 부사장 직에서 물러났다.

"가장 많이 벌어들인 사람이 후계자"라는 나가모리의 기준에 부합하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결국, 나가모리는 "아쉽지만, 사장직을 계속 맡을 수밖에 없다"며 자리를 지켰다.

공교롭게도 손 사장이 퇴임 계획 철회를 공식화한 22일 소프트뱅크 그룹 정기 주총장에는 야나이와 나가모리가 사외이사 자격으로 나란히 참석해 손 사장의 결정을 지지했다.

야나이는 "60세에 은퇴한다니 말도 안 된다"고 말했고, 나가모리는 "경영의욕은 나이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기업 컨설팅 회사를 경영하는 쓰쿠다 히데아키(佃秀昭) 씨는 닛케이와 인터뷰에서 "사업 자체에 관심을 두는 전문 경영인과 달리 창업자에게 회사는 몸의 일부"라며 "그런 만큼 후계자를 결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