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발리에 수석엔지니어 "밀양·가덕도에 세운다면 시설 수준 떨어질 것"
"외부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용역…김해공항 확장안도 원래 있던 후보"
"지역갈등 등 법적·정치적 리스크 비중 미미…최종 평가서 큰 의미 없었다"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용역을 맡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김해가 처음부터 지형 면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다"며 "김해공항을 확장하면 효율적이고 편리한 국제공항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장 마리 슈발리에 ADPi 수석 엔지니어는 2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완전히 새로운 활주로와 터미널을 건설하면 새로운 김해공항이 국제공항으로 충분한 자격을 갖출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슈발리에는 "국내선 승객은 기존 시설을 그대로 써야 해 다소 불편하겠지만 개선될 것으로 본다"면서 "밀양이나 가덕도에 공항이 세워진다면 확장될 김해공항보다 시설 수준이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슈발리에의 설명에 따르면 ADPi는 여러 단계 평가를 거쳐 3월 말께 밀양·가덕도·김해공항 확장 등 3개의 후보를 확정했다.

4월부터는 지질학적 조사를 벌였고, 지난 주말인 18일을 전후해 최종 검토에 들어가 프랑스에서 출국하기 직전 김해공항 확장이 가장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ADPi는 20일 오전 국내에 입국했고 그날 바로 국토교통부에 결과를 전달해 준비 작업을 거쳐 21일 오후 발표했다.

ADPi는 김해공항 확장안이 아주 초기부터 후보지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일각의 의혹과 달리 애초 후보지에 없었다가 나중에 추가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슈발리에는 "김해공항 확장안은 2009년 신공항 논의 당시 만들어진 보고서에도 있던 내용"이라며 "과업 초기부터 김해가 (다른 후보지보다) 최고의 지형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렇다면 이곳에 어떻게 새로운 공항을 지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첨예한 이슈였던 만큼 정부나 지자체의 개입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40년 동안 이 분야에서 최대한 독립성을 보장받고 일해왔다"며 "이번에도 역시 외부 영향력이나 압박은 없었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슈발리에는 과거에 제시된 4가지 김해공항 확장 방안 중 이번에 ADPi가 발표한 브이(V)자 활주로 건설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비행 관제나 기술적 측면에서 미처 잠재성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과거에는 김해공항이 관제할 수 있는 능력을 놓고 볼 때 확장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고 작업이 어려워 잠재성을 낮게 평가했다면, 5년여가 지난 지금은 관제 능력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져 다른 대안을 내놓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슈발리에는 또 용역 과정에서 고려한 '법적·정치적 리스크'에 대해 "법적이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건설 계획이 중단되거나 연기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신공항 입지 선정을 둘러싼 지역갈등도 법적·정치적 리스크의 여러 요인 중 하나로 포함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법적·정치적 리스크의 비중은 4개의 시나리오 중 1개 시나리오에서만 7%였고 나머지 3개에서는 1%로 미미했다"며 "민감도 테스트 정도이지 최종 평가에서는 큰 의미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