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오른쪽)과 니케시 아로라 전 부사장.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오른쪽)과 니케시 아로라 전 부사장.
“아로라에게서 자산을 현금화하는 중요성을 배웠다. 모아둔 현금으로는 또 다른 크레이지(놀라운)한 투자와 사업을 할 것이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58)은 지난 21일 후계자 니케시 아로라 전 부사장의 사임을 발표한 뒤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로라 전 부사장은 손 사장이 2014년 9월 삼고초려 끝에 구글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당시 저녁식사 중 아로라가 회사를 옮길 의사를 보이자 손 사장은 그 자리에서 냅킨에 거액의 연봉을 적고 서명했을 만큼 핵심 인재다.

소프트뱅크 해외사업을 총괄한 아로라 전 부사장은 2014회계연도에 연봉으로 계약금을 포함해 165억엔(약 1800억원), 2015회계연도에는 약 80억엔을 받았다. 작년 5월 손 사장은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삼았다.

그런 손 사장이 22일 도쿄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아로라의 사임을 다시 한번 공식화했다. 손 사장은 “60세 생일에 아로라에게 바통을 넘기려 했지만 남은 기간이 1년 남짓 되면서 사장을 좀 더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아로라 같은 인재를 언제까지 ‘대기타석’에서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총사령탑 자리에 더 오래 있고 싶은 손 사장과 더 이상 기다리기 싫은 아로라 전 부사장이 ‘쿨’하게 돌아섰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손 사장은 “아로라 전 부사장은 우리와 우호적 관계에 있고 나도 여전히 의지한다”고 말했다. “아로라는 프로”라며 “투자 분석 및 자산평가부터 협상, 투자 후 운영까지 지금까지 없던 구조를 (소프트뱅크에) 만들었다”고 치켜세웠다.

또 아로라보다 자신은 ‘하수’라고 손 사장은 평가했다. “나는 투자한 주식을 끌어안고 싶은 마음이 강해 파는 일에 서툴렀다”며 “아로라에게서 자산을 현금화하는 중요성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에 (보유지분 매각으로) 약 2조엔의 현금을 단 한 달 만에 손에 넣었다”며 “일본 비즈니스 역사에서 유례없는 일”이라고 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달부터 중국 알리바바와 핀란드 슈퍼셀 등의 보유 지분을 잇달아 매각했다. 손 사장은 현금 2조엔의 용도와 관련해 “지금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지만 언제든 또 다른 크레이지한 투자와 사업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주총에서 “앞으로 30년을 바라보면 우리의 초점은 의심의 여지 없이 인공지능(AI)과 스마트로봇, 사물인터넷”이라고 말해 이들 분야가 새로운 투자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아로라의 돌연한 사임은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두 사람의 불화가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아로라와 의견이 맞지 않아 손 사장이 측근 앞에서 푸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소프트뱅크 내부에선 “아로라가 받는 고액 연봉에 비해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견제하는 세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재계에선 이번 아로라 사임을 계기로 소프트뱅크의 후계자 리스크가 다시 불거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