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은행 등 지방은행들이 직원 4~5명이 일하는 ‘미니 점포’를 앞세워 수도권 영업망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작년 4월 지방은행의 경기도 출점 제한이 풀린 뒤 수도권 진출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지방은행 '직원 4~5명 미니점포'로 수도권 공습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 경남 대구 광주 전북 등 5개 주요 지방은행은 지난해 4월 이후 1년 동안 수도권에 24개 점포를 새로 개설했다. 광주은행이 20곳으로 가장 많고 전북은행이 2곳,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각각 1곳의 지점을 새로 열었다. 지방은행들은 올해 안에 최대 10곳의 지점을 추가로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JB금융그룹은 영업 기반을 수도권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광주은행은 단기간에 수도권에 총 24개 지점망을 신설하고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작년부터 수익성이 떨어지는 30개 점포를 없앴다. 남는 인력은 수도권 영업본부로 재배치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내년까지 수도권 지점을 40개로 늘릴 계획이다. JB금융 관계자는 “호남 지역에는 기업이 적어 대출을 늘리기 어렵고 인구 고령화로 개인 고객 확보도 쉽지 않다”며 “생존을 위해선 수도권에 진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광주은행이 새로 낸 지점은 모두 4~5명의 인원으로 운영하는 미니 점포다.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건물 1층이 아니라 2~3층에 100㎡ 내외 점포를 꾸몄다. 정보기술(IT) 발전으로 소수 인원으로도 주요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2~3명의 직원은 외부에 나가 예금을 유치하거나 대출 영업을 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청원경찰도 최소화하고 만일의 범죄사고 피해는 보험을 통해 대비하고 있다.

고정비용이 적은 만큼 수도권 미니 점포들은 개점 후 1년~1년 6개월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는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광주은행의 수도권 수신 잔액은 1분기 기준 4조5000억원으로, 전체 수신 17조2000억원의 25%에 육박하고 있다. 대출도 수도권 여신 잔액이 3조2000억원으로 전체 16조원의 20%에 육박하는 등 실적이 빠르게 늘고 있다. 광주·전북은행은 최근 수도권 신규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집단대출 시장에 진출, 이를 통해 확보한 고객을 바탕으로 새로 들어서는 신도시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BNK금융지주의 부산은행도 연내 4곳의 점포를 내고 수도권 진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직원 5~6명의 소규모 점포다. 틈새시장을 노린 전북·광주은행과 달리 서울 도심과 경기 수원 중심가 등 브랜드를 홍보하는 간판 역할을 겸할 수 있는 곳에 지점을 낸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인터넷·모바일 뱅킹 보편화로 은행 지점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며 “지역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전통적인 지점보다는 온라인 고객에 대한 서비스센터 역할을 하는 소규모 점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은 작년 7월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에 지점을 개설하는 등 전통적인 채널로 수도권에 진출했다. 같은 건물에 DGB캐피탈도 함께 입점해 복합점포 형태로 중소기업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