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때보다 침체 더 길어질수도"…일부선 "감세공약 경시" 반박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한다면 미국 경제는 2018년 초부터 침체에 빠져들고, 자칫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의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침체가 훨씬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이끄는 분석팀이 전날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고 소개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경제공약이 집행된다면 미국 경제는, 아무리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지금보다 더욱 고립되고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의 공약이 이행된다면 미국은 상당한 고통을 겪을 것"이라며 "그것은 큰 폭의 일자리 감소와 실업 증가, 높은 금리, 주가 하락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민주당원이지만, 2008년에는 대권에 도전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 진영에서 일했다.

이번 보고서에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그는 주장했다.

잔디는 '트럼프 경제정책의 거시경제학적 결과'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자사의 경제예측 모델에 따라 트럼프의 공약이 공약대로 이행되는 경우, 소폭 손질되는 경우, 그리고 의회와의 타협으로 대폭 수정되는 경우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보고서는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미국 경제는 네 가지의 악영향을 피해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먼저 실업률이 상승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트럼프가 주창하는 보호무역주의와 이민 통제로 미국은 더욱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으로 내다봤다.

나아가 세출절감 대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세수(稅收)가 크게 감소하면서 정부의 재정적자가 심화되고, 고소득층만이 '부자감세'의 혜택을 보면서 일자리 감소의 타격을 피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트럼프의 공약들이 전부 집행된다면, 미국은 그의 집권 초기인 2018년 초부터 침체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해 임기가 끝나는 2020년까지도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런 경기침체는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가장 '안전한' 시나리오의 경우에서조차 미국 경제는 가까스로 경기침체는 피하겠지만, 경제성장률은 트럼프의 집권 초기부터 거의 정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상황에서 창출되는 일자리 수는 현 경제정책이 유지됐을 때 만들어지는 일자리의 절반 정도로 분석됐다.

그러나 반론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경제공약을 좀 더 미세하게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거나, '감세가 경제를 해친다'는 전제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박이다.

보수적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국내정책분석 담당 국장인 케빈 하세트는 트럼프의 감세가 안겨줄 효과를 너무 경시한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그들(무디스)가 사용하는 분석모델은 아주 좋은 모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 역시 '무디스 보고서'의 무역과 이민정책에 관해 짚어낸 내용에 대해서는 "아주 훌륭하다"고 동의를 나타냈다.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