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화장품, 웨어러블 기기(착용형 스마트기기) 등 7대 수출 유망 고급 소비재 업종을 선정해 연구개발(R&D)에 예산 3000억원 이상을 집중 지원한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이 같은 내용의 ‘프리미엄 소비재 수출 활성화 방안’을 마련, 향후 열리는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올릴 예정이다.

정부는 기술 개발 수준, 제품 경쟁력, 투자계획 등을 평가해 하반기 7대 수출 유망 소비재 업종을 지정, 세계 일류 브랜드인 가칭 ‘K밸류(K-Value)’로 발돋움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화장품, 패션의류,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 등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유망 소비재 업종에 속하는 기업의 신제품 설계·디자인·제품 테스트 장비 구매에 업체당 최대 5000만원을 지원한다. 시험 제품을 출시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기업 지원책도 포함됐다. 신기술 개발 R&D 지원 예산 50억원 중 10%를 시험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인 기업에 배정하는 식이다.

수출 유망 소비재 R&D 3000억 지원
정부가 7대 수출 유망 소비재 업종을 선정해 연구개발(R&D)을 집중 지원하기로 한 것은 앞으로 수출 주도 업종이 과거 전통 제조업에서 고급 소비재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수출 부진에도 고급 소비재 수출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고급 소비재(미용, 패션, 액세서리, 실내 장식·식기, 핸드백·신발, 고급 제과·주류·담배, 고급 문구·스포츠용품 등) 수출액은 2011년 38억2200만달러에서 2015년 61억200만달러로 59.7% 증가했다. 월별 전체 수출 증가율이 1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고급 소비재 업종에 대한 R&D 지원과 함께 수출 마케팅 강화 방안도 마련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드라마가 소비재 수출 마케팅의 첨병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우수 드라마 제작사 등 콘텐츠 제작업체와 고급 소비재 생산업체를 연결하는 행사인 ‘매칭데이’를 분기에 한 번씩 열 계획이다. 또 한류 드라마의 PPL(제품간접광고)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비용 때문에 PPL에 적극 나서기 힘든 중소기업에는 PPL 비용의 50%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심혜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고급 소비재산업은 수출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 글로벌 브랜드가 거의 없고 산업 노하우도 미흡하다”며 “정부와 기업이 명품 브랜드 육성,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등을 통한 혁신 제품 개발에 힘쓰는 동시에 세계적 명품 기업과의 인수합병(M&A) 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