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의 유일한 한국인 디자이너 이정현 씨 "차 디자인은 단순함의 미학"
“자동차 디자인은 단순함의 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웨덴 자동차회사 볼보의 유일한 한국인 디자이너 이정현 씨(37·사진)의 말이다. 이 디자이너는 건국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스웨덴 우메오대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2010년 볼보에 입사해 자동차 외장 디자인을 맡고 있다.

그는 내년에 선보일 예정인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60’의 메인 디자이너를 맡았다. 8년 만의 풀 체인지(완전 변경) 외장 디자인을 주도하고 있다. 30여명의 볼보 디자이너와 경쟁을 벌인 끝에 이 디자이너의 초안이 선택됐기 때문이다.

이 디자이너는 “내년에 새롭게 선보일 XC60은 스포츠와 다이내믹을 강조할 계획”이라며 “지금까지 이어온 베스트셀링카의 명성을 뛰어넘는 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XC60은 지난해 볼보 전체 판매량의 32%에 달하는 15만9617대가 팔린 베스트셀링카다.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일 S90과 V90에 대해서는 “두 차는 쌍둥이 같지만 세단(S90)과 왜건(V90)이 주는 메시지가 크게 다르다”며 “한국에선 S90이 더 인기를 끌 것 같다”고 내다봤다.

자동차 디자인 철학을 묻자 대뜸 ‘라곰(lagom)’이란 말을 꺼냈다. 라곰은 ‘지나쳐도 안 되고 부족해도 안 된다’는 스웨덴 말이다. “자동차 디자인은 단순함의 미학”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디자이너는 “라곰이란 말대로 자동차 디자인은 바퀴와 축 간격 등에서 최상의 비율을 찾아내 단순하게 표현해야 한다”며 “차를 봐달라고 하는 것보다 차 스스로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현대·기아자동차는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사장을 영입한 뒤 디자인 비전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 같다”며 “볼보의 디자인 회의에서도 현대·기아차 디자인을 언급할 정도로 한국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전했다.

고텐버그=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