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떠맡은 법원 "조선소 세일" 속탄다…줄줄이 매각 불발
70년 버틴 조선소 법정관리→매각실패→파산…"아무리 매각가 낮춰도 안 산다"

중견 조선업체였던 신아에스비(신아SB) 직원들이 만든 노동조합이 지난 3일 해산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신아에스비지회 조합원들은 마지막 총회를 열어 투표로 해산을 의결했다.

이 회사 노조원은 가장 많을때 1천여명에 달했다.

전체 직원도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한창때는 4천여명이나 됐다.

그러나 마지막 총회에 참석한 노조원은 50여명 뿐이었다.

노조가 해산을 한 것은 일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신아에스비는 현재 청산 절차가 진행중이다.

조선불황에 따른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이 회사는 2014년 4월 창원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과 회사는 물론, 노조도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보려 했다.

여러 차례 매각시도를 했지만 모두 물거품이었다.

결국 신아에스비는 지난해 스스로 파산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직원들로 북적거렸던 지금 통영시 도남동 이 회사 야드는 텅텅 비어있다.

직원들이 수시로 들락거렸던 조선소 주변 식당에는 파리만 날린다.

이 회사는 1946년 소규모 목제 어선을 건조하는 조선소로 시작, 사명을 신아조선, ㈜신아, SLS조선 등으로 바꾸면서 70년 가까이 버텼다.

중형 탱커가 주력 상품이던 신아에스비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전 조선호황기때는 수주잔량(CGT) 기준으로 한때 세계 16위까지 올랐다.

2009년에는 6억 달러 수출탑까지 받았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위기 이후 선박 수주가 끊기며 경영난을 겪었다.

신아에스비나 STX조선해양 처럼 조선불황 직격탄을 맞아 법정관리로 내몰려 생사 기로에 선 경남권 중소조선업체, 기자재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수주가 줄어든 대형 조선소들이 일감을 줄이고 단가를 후려친 탓도 있지만 조선호황기때 공장을 확장하거나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등 무리하게 일을 벌인 것도 큰 화근이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에 선박 블록을 공급하는 가야중공업과 계열회사인 동일조선·삼화조선(이상 통영시) 3사는 지난해 6월 창원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해와 올해 3개 회사를 묶어 매각하려 했지만 인수자가 없어 실패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또다른 협력업체인 장한(거제시) 역시 지난해 9월 창원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조선기자재 생산업체인 삼양플랜트(함안군)·대아기업(통영시)은 올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들 기업은 대형조선소에 납품을 하는 업체들로 연간 매출액이 수십~수백억원에 달할 정도로 지역에서는 기업 규모가 크다.

법원은 해당 업체들을 인수합병 시장에 내놓았지만 번번이 매각이 불발했다.

조선불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선뜻 거액을 들여 인수하려는 업체가 나서지 않은 것이다.

창원지법 관계자는 "불황기여서 매각가를 아무리 낮춰도 조선업체를 사겠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으로 조선관련 기업들의 법정관리 신청이 계속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매각 불발이 당장 파산으로 가는 것은 아니지만 회생 가능성은 더 멀어진다.

법정관리를 받는 중소조선업체, 기자재업체들은 회사별로 여러 협력업체들을 거느린다.

이 때문에 해당 기업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임금이 깎이거나 체불되는 등 연쇄피해가 발생한다.

경남에서는 법정관리로 간 업체들외에 성동조선해양·SPP조선 등은 채권단 공동관리 상태에서 회생을 모색중이다.

(창원·통영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sea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