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호 리만 대표가 받침대와 펌프, 후미등, 타이어 레버 등의 역할을 하는 ‘킥스탠드 펌프’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김필호 리만 대표가 받침대와 펌프, 후미등, 타이어 레버 등의 역할을 하는 ‘킥스탠드 펌프’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비싼 자전거에는 왜 받침대(킥스탠드)가 없을까.’

김필호 리만 대표의 창업 결심은 간단한 의문에서 비롯됐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방사선사로 일하던 김 대표는 2013년 100만원 넘게 주고 산 로드바이크(사이클)를 탈 때마다 한 가지 불편을 느꼈다. 세울 때가 문제였다. 받침대가 없어 눕히거나 벽에 기대야만 했다. 고가 자전거는 무게를 줄이고 멋진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대부분 받침대가 없었다. 바퀴가 얇아 바람이 빠지거나 종종 펑크가 나는 것도 골치 아팠다. 바람을 넣는 펌프와 펑크에 대비한 장비도 따로 갖고 다녀야 했다.

펌프를 가볍고 얇게 제작해 이를 자전거 받침대로도 사용하는 제품이 있으면 ‘대박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대표는 18년을 다닌 병원에 2014년 사표를 던지고 창업에 나섰다.

◆받침대·펌프 등 4개 기능 갖춰

김 대표가 2년여의 개발 끝에 내놓은 ‘킥스탠드 펌프’는 받침대와 펌프, 여기에 자전거 후미등과 타이어 레버 기능까지 갖춘 다용도 제품이다. 평상시에는 자전거를 세우는 받침대 역할을 주로 한다. 주행 중 받침대를 접으면 끝 부분에 불이 들어와 후미등이 된다. 바퀴에 바람을 넣고 싶을 땐 자전거에서 떼어내 펌프로 쓸 수 있다. 김 대표는 “기존 휴대용 펌프는 통상 60PSI(압력 단위로 1PSI는 약 0.068기압)로 바람을 주입하지만 이 제품은 120PSI까지 쉽게 들어가고 최대 200PSI까지 가능해 시중 대부분 자전거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웬만한 대형 펌프 못지않은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타이어에 펑크가 났을 때 고무 타이어를 쇠테(림)와 분리하는 레버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많은 기능을 한 제품에 담아냈지만 무게가 197g으로 가벼운 것도 특징이다. 일반 받침대 무게(400~500g)의 절반 수준이다. 제품 개발 때부터 철저히 ‘경량화’에 초점을 맞춘 덕분이다. 광택 소재로 도금 처리를 하는 등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다.

◆자전거 애호가 ‘호평’

제품 콘셉트는 2년 전에 나왔지만 상용화까지는 난관이 많았다. 이전에 없던 제품이어서 45개 부품을 하나하나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김 대표는 “고무링 하나도 맞는 게 없어서 일일이 주문을 따로 해야 했다”고 말했다.

내구성을 높이는 작업도 오래 걸렸다. 자전거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는 받침대 역할을 하면서도 펌프의 반복적 운동을 견뎌내도록 하는 게 쉽지 않았다. 수차례 금형을 새로 만들고 내구성 테스트를 하느라 자금난을 겪기도 했다.

힘들 때마다 김 대표가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은 제품에 대한 자전거 애호가들의 큰 호응 덕분. 최근 미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 제품을 소개했더니 금세 2만달러(약 2200만원)가 모였다. 회사에 전화해 “언제부터 살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특히 50~60대 장년 ‘자전거족’의 관심이 컸다.

김 대표는 “중국 공장에서 제품 양산에 들어가 다음달 20일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한다”며 “네 가지 기능에 더해 와이어 자물쇠까지 넣은 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달의 으뜸중기 제품’은 이메일(art@hankyung.com)로 신청받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event.hankyung.com)를 참조하세요.

◆이달의 으뜸중기 제품 △삼미통상-오븐쿡 (02)3662-3255 △리만-킥스탠드 펌프 (02)6925-3537 △오리엔탈드림-탄소온열매트 (031)352-7601 △코리아정보통신-21.5형 정전압 터치 올인원 PC (02)1588-5178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