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금융 늘려라" 총력전
은행들이 기업투자금융(CIB) 조직을 잇따라 확대하고 있다. 초저금리로 이자수익이 급감하면서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절실해져서다. 최근의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을 계기로 대기업 대출 비중을 계속 낮추려는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투자은행(IB) 전문인력 50여명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계열사인 하나금융투자와 협업을 통해 CIB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CIB는 상업은행(CB)과 IB를 합한 개념으로 기업금융과 IB를 연계한 업무를 말한다. 부동산 금융, 대체 투자, 중소·중견 기업의 인수합병(M&A) 관련 자문 업무 등을 맡는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5일 임직원 워크숍에서 CIB 확대를 재차 강조했다. 저금리가 지속되면 일반 영업이익(올 1분기 기준)의 80%가량을 차지하는 KEB하나은행의 이자수익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만큼 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CIB 수익을 늘려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농협은행도 빠르게 수익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다.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신청 등으로 수익성과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만큼 조선·해운 등 대기업 여신을 줄이는 대신 CIB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을 방침이다. 이달 초 NH농협생명 NH투자증권과 공동 투자해 2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펀드를 조성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농협은행은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동남아시아 지역 해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취약업종에 속한 대기업 여신을 계속 줄일 방침이라 이 공백을 채울 새로운 자금운용처가 필요하다”며 “연 5% 안팎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 SOC 투자와 인수금융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올초부터 기업금융그룹을 CIB그룹으로 개편하고 총괄임원을 전무급에서 부행장급으로 높였다. 다른 은행 출신 CIB 전문가도 영입했다. 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인수를 계기로 CIB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기 위해 지난달에는 기업금융에 특화된 복합점포도 개설했다.

심윤보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해외 대형 은행은 저금리·저성장 시대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일찌감치 전통적인 은행 영업에서 벗어나 거래기업을 발판으로 한 CIB 사업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