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하랄 땐 언제고…
“정부가 해외 자원개발에 손댄 공공기관은 최하위 등급을 줄 것이란 얘기가 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돌았습니다.”

지난 16일 발표된 2015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이상 E등급) 한국가스공사(D등급) 등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명박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자원외교’에 나섰다가 실적이 악화된 공기업이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 드라이브를 걸 때인 2010년 평가에서 광물자원공사는 A등급,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는 B등급을 받았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광물자원공사에 대해 “볼리비아 광산의 성공적 개발 등 해외 시장 개척의 성과를 거뒀다”며 A를 줬다.

기재부가 매년 시행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문제점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그 기준이 매번 바뀐다는 것이다. 이번에 하위 등급을 받은 공기업 직원은 “정부에서 해외에 나가라고 등을 떠밀 땐 언제고…”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해외 자원개발에 앞장서라고 압박했던 정부가 이제 와서 ‘너희 왜 그랬어’라며 무지막지한 평가를 내리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과거 공기업 평가단에서 활동한 한 대학교수는 “공기업도 위험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일부 책임이 있지만 그렇더라도 정권에 따라 평가가 고무줄처럼 왔다 갔다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등급이 급상승한 곳도 있다.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인 한국남부발전과 한국중부발전은 지난해 발표에서 각각 D, E였지만 올해는 B를 받았다. 한전도 B에서 A로 한 계단 상승했다. 경영실적이 좋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이들의 호실적은 국제 유가 하락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원재료 가격(유가)이 기록적으로 낮아졌음에도 상품 가격(전기요금)을 내리지 않으니 이익이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C등급 이상 공공기관 임직원은 성과급을 받고, D등급 이하는 못 받는다. B등급을 받았을 때와 D등급을 받았을 때 차·부장급 연봉 차이가 보통 1000만원 이상 난다고 한다. 한전과 발전자회사 임직원은 저유가란 외부적 요인으로 월급이 100만원 정도 늘게 됐다. 하지만 지금처럼 허점투성이 경영평가가 계속되면 이들의 월급은 유가 상승 시 다시 깎일 게 불 보듯 뻔하다.

이태훈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