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정육 등 신선식품을 앞세워 다른 창고형 할인매장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경기 고양시 트레이더스 킨텍스점에서 소비자들이 쇼핑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정육 등 신선식품을 앞세워 다른 창고형 할인매장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경기 고양시 트레이더스 킨텍스점에서 소비자들이 쇼핑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창고형 할인점은 미국계 코스트코다. 서울 양재동에 있는 코스트코 양재점에선 1년에 약 5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세계 코스트코 매장 중 1등 점포다. 주력 상품인 생수, 화장지, 세제 등이 박스 단위로 팔려나간다.

2009년 시장조사를 하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후발주자인 트레이더스가 코스트코를 따라 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의 신선식품 유통 역량에 주목했다. 코스트코에서는 구색 맞추기 수준인 신선식품을 전면에 내세우자는 전략을 수립했다.

(1) 코스트코와 차별화

[이마트 트레이더스 돌풍] "코스트코와 다르게"…대용량 정육·채소로 승부하는 트레이더스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지난해 히트상품을 분석한 결과 상위 10개 품목 중 9개는 신선 정육 상품이었다. 2㎏ 단위로 판매하는 호주산 척아이롤, 500g~1㎏이 기본단위인 대량포장 냉장 삼겹살과 양념 소불고기 등이 이름을 올렸다. 김동민 트레이더스 신선팀장은 “가공식품과 공산품 위주인 코스트코와 경쟁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신선식품군에 집중했다”며 “지난해 트레이더스의 신선식품 매출 비중은 35%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채소류도 코스트코보다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380~660㎡ 규모 ‘쿨링존’에서 상품분류 단위를 기준으로 채소 100여가지를 판매하고 있다. 45~60개 수준인 코스트코보다 2배가량 많다. 회 등 해산물은 ‘마스터’가 직접 관리한다. 코스트코가 기계로 자른 광어회를 판매하는 것과 달리 트레이더스에서는 전문가가 회를 썰어 포장한다.

가공식품 분야에서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팔자’는 전략을 택했다. 코스트코에서 인기가 높은 짠맛이 강한 미국식 피자를 따라 하지 않고 짠맛을 줄인 ‘레프리노 치즈’를 사용한 피자를 내놨다. 소불고기, 빵, 만두 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즉석조리 식품도 판매하고 있다.

트레이더스가 코스트코를 면밀히 분석해 차별화 지점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신세계그룹이 코스트코와 깊은 인연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1994년 미국 프라이스와 기술제휴를 통해 창고형 할인매장 ‘프라이스클럽’을 열었다. 신세계가 운영하던 프라이스클럽 5개 점포는 외환위기 때 미국 본사에 넘어갔다가 프라이스가 코스트코에 인수되면서 현재의 코스트코가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의 프라이스클럽을 인수하지 않았다면 코스트코가 한국에 직접 진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마트는 이후에도 점포 임대 등으로 관계를 유지하며 상대방을 가까이에서 분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 이마트보다는 싸게

기존 대형마트와는 가격으로 차별화했다. 트레이더스 상품의 평균 가격은 이마트에 비해 7~15%가량 싸다. 트레이더스가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판매 상품 종류를 줄여 단일 상품에 대한 ‘바잉 파워’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다. 트레이더스의 상품 수는 4000가지로, 최대 8만개에 이르는 이마트의 5% 수준이다. 이마트에선 생수를 20가지 판매하지만 트레이더스는 7가지만 판다. 매장 인테리어를 최소화하고, 별도 작업 없이 진열하는 것도 가격을 낮춘 비결로 꼽힌다.

노재악 이마트 트레이더스 담당은 “트레이더스의 저렴한 가격은 장기 불황 시대를 살고 있는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며 “올해도 10%대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3) 마트 안 오는 2030 공략

이마트는 트레이더스가 마트를 찾지 않는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가 지난해 이마트와 트레이더스의 연령별 구매횟수 증감률을 분석한 결과 20대와 30대 고객의 이마트 구매횟수가 각각 5.6%, 1.8% 감소한 반면 트레이더스에서는 각각 25.6%, 28.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레이더스는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초저가 전략 상품을 마련한 것이 통했다고 보고 있다. 올해는 일본의 초저가 저도수 맥주인 ‘발포주’를 전략 상품으로 택했다. 일본에서 한 캔에 70엔(약 790원) 정도에 판매되는 이 상품은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으로 꼽힌다.

2030세대가 좋아할 만한 상품 위주로 ‘로드쇼’도 펼치고 있다. 로드쇼는 일종의 팝업스토어인데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모터보트, F1레이싱카,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샤오미 로드쇼가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