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상공회의소 회장 "엔화 강세, 예상 뛰어넘어"…수출기업 타격 등 우려
집권 자민당 선거공약서 '대담한 금융정책 추진' 삭제

최근 이어진 엔화 상승 기조에도 일본은행이 추가 금융완화를 보류해 아베노믹스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찬반 투표를 앞두고 엔화 가치가 16일 1달러에 103엔대까지 상승하는 등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내각의 경제정책)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를 하지 않아 대응력이 한계에 달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일본은행이 현상 유지를 택한 것에는 추가 완화를 하더라도 별 효과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산케이(産經)신문 17일 이런 취지로 전문가 견해를 전했다.

미야마에 고야(宮前耕也) SMBC닛코(日興)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임기 중에 추가 완화를 단행할 수 있는 것은 최대 2번"이라며 "금융정책만으로 경기 부양을 하기에는 한계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무구루마 나오미(六車治美) 미쓰비시(三菱)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추가 완화를 하더라도 엔화약세·주가상승 효과는 일시적"이라며 "금융정책에 대한 신뢰감을 상실할 우려가 있어서 일본은행이 움직일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미즈호은행과 HSBC 증권의 전문가는 영국이 실제로 EU를 탈퇴하면 엔화 가치가 각각 달러당 98엔, 100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금융완화로 엔화 가치를 낮춰 수출을 늘리고 주가를 올려 경기를 견인하는 아베노믹스의 존속이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쿄신문은 일본 자동차업체가 1달러에 105엔 정도의 환율을 가정하고 있다며 엔화 상승이 이어지면 도요타자동차가 약 400억 엔(약 4천459억원)의 영업이익을 날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신문은 자민당이 다음 달 10일 실시될 참의원 선거 공약에서 '대담한 금융정책의 추진'이라는 기존의 문구를 삭제했고 제1야당인 민진당이 마이너스 금리 철회를 내걸었다며 아베노믹스가 힘을 상실하고 있는 정황을 거론했다.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일본상공회의소장은 16일 도야마(富山)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엔화 시세에 대해 "예상을 뛰어넘어 조금 지나치게 나갔다"고 언급했다.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 수출 자체가 휘청거릴 가능성이 있으며 일본 기업이 국내 생산을 포기하고 현지 생산을 택할 수도 있다.

재계에서는 브렉시트 찬반 투표 결과 영국이 EU에 잔류하면 엔화 가치가 다시 하락할 것이므로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