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롯데 실력자로 檢수사 개시후 출국…"소환 회피 가능성"
롯데캐피탈 업계 2위 기업…개인 신용 대출로 회사 키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자금 관리와 경영권 장악을 막후에서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67) 롯데캐피탈 대표의 행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바야시 대표는 일본롯데홀딩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겸하고 있어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72) 롯데홀딩스 사장과 함께 일본롯데의 실력자로 꼽힌다.

고바야시 대표와 쓰쿠다 사장에 대해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하는데 막후 지휘를 한 인물들로 지목하기도 했다.

특히 신 회장이 직접 발탁한 것으로 알려진 고바야시 대표는 한일 롯데간 자금이동의 고리를 쥐고 있어 검찰의 주목을 받고 있다.

17일 롯데그룹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고바야시 대표는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돌연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바야시 대표가 한일 롯데간 자금흐름을 총괄하는 핵심 실세로 보고 그에 대한 소환 조사를 검토 중인 단계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고바야시 대표가 업무차 최근 일본으로 출국해 지금은 일본에 머무는 것으로 안다"며 "출국 시점이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본롯데홀딩스 CFO도 겸임하는 고바야시 대표가 이달 말로 예정된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대비해 일본에 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롯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재계 전문가들은 신 회장의 자금 관리와 한일 롯데간 자금이동의 핵심 고리인 고바야시 대표가 검찰의 소환 조사를 피해 미리 일본으로 도피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표현처럼 고바야시는 롯데 경영권 분쟁과 한일 롯데간 자금이동의 핵심고리를 쥔 인물"이라며 "검찰 수사를 피해 미리 일본으로 출국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때 베일 속으로 인물로 알려졌던 고바야시 대표는 일본 산와(三和)은행과 UFJ은행 등을 거쳤다.

스미토모(住友)은행에 재직했던 쓰쿠다 사장처럼 정통 금융인 출신이다.

2003년 UFJ은행 고문직을 끝으로 퇴사한 뒤 신동빈 회장에게 발탁돼 같은 해 한국 롯데캐피탈 상무에 임명됐고 이듬해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롯데캐피탈은 자본금 1천665억원 규모로 롯데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한 회사다.

1995년 11월 부산할부금융으로 설립됐다가 2000년 3월 롯데캐피탈로 사명을 변경했다.

고바야시 대표가 처음 롯데캐피탈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롯데캐피탈은 카드 사태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망하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고바야시 당시 상무가 대규모 부실채권 정리와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지휘하며 회사를 살렸고, 이듬해 대표로 취임해 지난해 기준으로 캐피탈 업계 2위의 회사로 키웠다.

롯데캐피탈은 지난해에만 1천1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롯데캐피탈은 캐피탈 회사의 본 업무인 리스와 할부보다는 개인 신용대출에 집중하며 회사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신금융업법에서 캐피탈사는 개인 신용대출 규모가 리스와 할부라는 캐피탈사 본 업무 규모를 넘지 못하게 막고 있는데, 롯데캐피탈은 매년 이 한도에 육박하게 개인 신용대출 영업에 집중했다.

특히 대부업에 버금가는 고금리 대출에 집중하며 이익을 늘려갔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캐피탈 신용대출의 64%는 금리가 연 20~25%인 고금리 대출이다.

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원래 캐피탈사는 기업들의 설비 투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생겨난 금융업종"이라며 "대부업 출신도 아니고 재계 순위 5위인 롯데의 계열사가 고금리 장사를 한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롯데캐피탈의 최대주주는 호텔롯데로 롯데캐피탈의 지분 26.6%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도 롯데그룹의 계열사들이 나눠 갖고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1.92%)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0.86%), 신동주 SDJ 회장(0.53%),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0.53%)도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 전문가들은 이 회사가 한일 롯데간 자금 이동의 핵심고리 역할을 맡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원래 일본에서 출발한 롯데그룹은 한일 법인간 베일에 싸인 자금이동이 많을 수밖에 없는 회사"라며 "누군가가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바로 고바야시가 대표로 있는 롯데캐피탈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바야시 대표와 함께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이자 석유화학 전문가로 알려진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도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인 황 사장은 1979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한 뒤 2003년 롯데쇼핑 국제팀장(상무), 2011년 롯데쇼핑 국제실장(사장) 등을 거쳐 2014년부터 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KT렌탈 인수, 삼성 화학부문 인수 등 최근 롯데그룹이 추진해 성사시킨 굵직한 인수·합병(M&A) 건은 대부분 황 사장이 진두지휘한 작품이라는 게 롯데 안팎의 설명이다.

황 사장은 2011년부터 최근까지 롯데케미칼이 해외 석유화학제품 원재료를 수입하는 과정에 중간 거래업체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창권 롯데자산개발 대표 역시 신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11월 이후 8년여 동안 자리를 지켰다.

롯데자산개발은 부동산을 사들여 쇼핑몰 등으로 개발한 뒤 분양·임대·위탁운영 등의 사업을 하는 회사다.

입지 선정과 부지 개발, 각종 시설 건립 등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그룹 '비자금 조성 창구'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그는 특히 2008년 신격호 총괄회장이 보유한 인천 계양구 목상동 일대 땅을 롯데상사가 504억원에 사들일 때 계열사들이 매수대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열, 박의래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