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보험사기액 역대 최대…업계 "특별법 실효성 기대"
전문가 "보험사기는 중대 범죄라는 인식개선이 이뤄져야"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한해만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6천억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보험사기는 선량한 가입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중한 범죄이지만, '보험금은 쌈짓돈'이라는 인식 탓에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기가 범죄라는 인식을 제고하고,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보험사기를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보험금은 '쌈짓돈'?
# 경기 포천에서 섬유공장을 운영하는 박모(52)씨는 지난 3월 경기불황으로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더는 득 될 게 없단 생각에서 공장에 불을 질러 보험금을 타낼 범죄를 계획했다.

미리 공장 내부 CC(폐쇄회로)TV를 엉뚱한 곳으로 돌려놓고 지난 4월 16일 오후 4시 20분께 박씨는 공장 창고에 불을 질렀다.

불은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1시간 반 만에 꺼졌지만 박씨의 공장 뿐 아니라 인접한 다른 공장 3곳까지 타, 13억3천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어 박씨는 지난달 18일 화재보험사에 보험금 6억1천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완전범죄를 꿈꾼 박씨의 범행은 경찰 수사에 꼬리를 잡혔다.

경찰은 불이 나기 전 CCTV 방향이 돌아간 점, 전기배선 등 발화원인이 될 게 없는 곳에서 불이 시작된 점, 불이 난 당일 행적에 대한 박씨 진술이 대부분 거짓인 점 등을 토대로, 일반건조물방화 및 사기미수 혐의로 박씨를 구속했다.

박씨는 현재까지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경찰 수사로 인해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 쇠고랑까지 차게 됐다.

# 전남 여수에는 보험설계사라면 누구나 선호할 '우수고객'이 있었다.

포목점을 운영하던 문모(52·여)씨다.

그는 생명보험이든 상해보험이든 가리지 않고, 설계사의 가입 권유에 흔쾌히 응했다.

자신은 물론, 가족 앞으로 보험을 더 들기까지 했다.

자신 명의의 보험만 21개나 되는 문씨는 2008년 1월 골반 염증과 아랫배 신경통 등을 이유로 여수의 한 병원에서 22일간 입원해 포목점 매출보다 훨씬 많은 보험금을 받게 되자,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2008년부터 올해 초까지 문씨가 입원한 것은 77차례, 1천100일이나 됐고 챙긴 보험금은 3억원에 달했다.

8년 중 3년을 병원에서 보낸 셈이다.

2009년 8월에는 아예 가게 문을 닫고 딸과 2주간 같은 병원에 입원했다.

부정기적으로 목수 일을 하던 문씨의 남편 이모(55)씨와 작은 회사에 다니던 아들도 두통, 통풍, 무릎관절증, 추간판장애 등 진단을 받아 여수와 순천시내 병원을 돌며 입·퇴원을 반복했다.

이들 가족은 총 64개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해 163차례에 걸쳐 7억3천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지난 8년간 가족 4명의 입원 일수는 2천208일에 달했다.

여수경찰서는 진료기록과 행적조사를 통해 입원 중 장시간 병실을 비우고, 가벼운 질환으로도 입원한 문씨 가족 4명을 사기 혐의로 입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 피해는 가입자 몫…보험사기 왜 끊이지 않나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해 통계를 보면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은 6천549억원이다.

이는 전년보다 552억원(9.2%)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치였다.

보험사기 피혐의자도 8만3천431명에 달했고, 1인당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2014년 710만원에서 지난해 780만원으로 커졌다.

생명보험협회가 2010년을 기준으로 집계한 민영보험의 사기 규모는 3조4천105억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가구당 20만원(1인당 7만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는 피해를 떠안았다.

이는 2006년 추정금액 2조2천303억원보다 52.9%, 가구당 부담금액은 2006년의 14만원보다 42.8% 증가한 것이다.

2013년 보험사기 규모는 적발되지 않은 것까지 합해 4조7천억원(금감원 추정)까지 늘어난 것으로 관측된다.

선량한 가입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되는 보험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범죄라는 인식이 낮고, 처벌 또한 솜방망이에 그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조사한 보험 사기 피혐의자 유죄 확정판결 현황은 2002년 772명에서 2012년 1천578명으로 10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보험사기범에 대한 징역형 선고 비율은 2002년 25.1%에서 2012년 22.6%로 감소했다.

이 같은 징역형 비율은 일반 사기범(2011년 기준 45.2%)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에 가벼운 처벌인 벌금형 비율은 10년 새 9.3%에서 51.1%로 5배 이상으로 늘었다.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대응단 관계자는 "만약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사고 규모를 좀 더 부풀려 실제로 받을 보험금보다 더 받아 챙기는 행위에 대해 '이 정도쯤이야'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라며 "보험산업 자체가 사행성을 띄고 있다 보니 큰 품을 들이지 않고도 한몫 챙길 기회라는 생각은 보험사기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사기는 사전에 은밀하게 계획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예방하기는 쉽지 않지만, 사소해 보이는 보험사기라도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라면서 "9월 말부터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시행되면 사기범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도 개선될 거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보험사기, 막을 방법 없나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를 줄이기 위해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금감원은 보험사가 가입자의 전체 보험가입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조회시스템을 보강하는 한편, 허위·과다 입원경력자 등을 고위험군 가입자로 분류해 밀착 감시한다.

또 보험사기인지시스템(IFAS)에 축적된 보험 계약·보험금 지급 데이터를 분석, 효율적으로 보험사기 사건을 수사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사기는 사전에 은밀하게 계획되는 만큼 완벽하게 예방하기 쉽지 않지만, 보험사 시스템과 현행법 등을 개선해 피해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보험업계는 날로 지능화, 조직화하는 보험사기를 줄이기 위해 올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실효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별법은 보험사기범이 일반 사기범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현행 형법에 따르면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특별법에서는 보험사기죄 형량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했다.

또 상습 보험사기범은 가중처벌하도록 했으며, 보험사기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에는 그동안 받은 보험금을 반환하도록 규정한다.

그간 보험업계는 보험사기 처벌이 일반 사기죄보다 경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특별법 제정을 요구해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보험사기범을 처벌하는 법령이 강화되기만 해도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마련이다"라면서 "다만 보험사기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제도 정비와 관련 법 개정 부분을 알려 사람들이 최대한 숙지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보험사기가 심각한 범죄라는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먼저라는 의견도 있다.

최양호 한양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절도나 강도는 큰 죄라고 생각하는 반면에 사기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거짓말하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험사기가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하도록 정부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류수현 기자 goa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