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 금리동결에 일단 '안도'
미국 금리인상 시기·브렉시트 결과 등에 촉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6일 연방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동결하자 한국은행 간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의 고용지표 악화 때문에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난 9일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한 한은으로선 내외금리차 축소로 인한 외국인투자자금 유출 우려를 일단 덜고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렸다.

동결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으며 작년 6월 이후 1년 만에 이뤄진 추가 인하다.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는 절묘한 타이밍을 노려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지난 3일 발표된 미국의 5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 증가 규모가 3만8천개에 그쳐 '고용 쇼크'가 발생하자 이달엔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주류를 이뤘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회복 부진으로 기준금리 추가 인하 압박에 시달리던 한은으로선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나 금융시장 불안을 걱정하지 않고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긴 셈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미국 고용지표 악화로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이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한은이 금리를 내린 후 미국이 인상한다면 내외금리차가 줄어들어 국내 증시 등에 투자돼있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우려가 커진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25%이고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0.5%여서 양국의 금리 차이가 0.75∼1%포인트다.

미국이 한 차례 금리를 올린다고 가정하면 금리 차는 0.5∼0.75%포인트로 줄고 두 번 인상하면 금리 차가 0.25∼0.5%포인트까지 축소된다.

이는 원화 약세와 자본의 해외유출을 불러올 공산이 크고 주가 하락 등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리는 '선제공격'을 감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결정이자 모험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연준의 금리동결로 한은은 일단 안도했지만, 완전히 안심할 순 없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기의 문제일 뿐 아직 '살아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음 달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에 대해 "불가능하지 않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는 물론 유럽과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국제금융시장 등에 주는 충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에 한은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더구나 이날 발표될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결정회의 결과도 지켜봐야 하고 오는 23일 실시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여부도 대비해야 한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런 국제금융시장의 변수들을 고려하면 쉽지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를 검토하더라도 미국의 추가 인상과 브렉시트 등의 여파를 확인한 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브렉시트는 미국 연준이 이번 동결 결정에 그 영향을 고려했을 정도로 파장이 큰 '메가톤급' 이슈로 꼽힌다.

옐런 의장은 브렉시트가 "미국 경제 전망에도 영향을 주고 적절한 (통화)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준다"며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날 기준금리 동결의 "한 요인으로 고려됐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그 영향력이 작지는 않을 것"이라며 "영국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커서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됐던 영국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2020년까지 대(對)영국 수출이 연간 4억∼7억 달러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