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예비 창업자들의 단골 사업 아이템인 커피업계 판세도 달라지고 있다.

창업 붐을 이끌었던 기존의 유명 커피전문점 가맹 계약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면서 틈새시장을 노린 소형 매장이나 천편일률적인 인테리어와 커피맛에서 탈피한 개인 카페를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 비싸도 너무 비싼 가맹점 창업비…조건도 까다로워
16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를 보면 가맹사업자 부담 비용은 가맹비(가입비)와 보증금 등을 포함해 커피전문점별로 투썸플레이스가 2억9천만원, 카페베네 2억7천만원, 탐앤탐스 2억1천만원, 망고식스 3억원 등이다.

상대적으로 가맹 사업비가 낮은 편에 속하는 이디야도 최소 1억1천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맹점주가 이와 별도로 지출해야 하는 권리금과 가게 임대료 등을 합하면 실제 부담하는 돈은 수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을 웃도는 창업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요즘들어 기존 커피전문점 상당수가 '고급 커피전문점'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으로만 매장을 여는 추세이다 보니 비용은 더 비싸지고 조건은 까다로워졌다.

익명을 요구한 유명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대다수 업체가 가맹 사업 초반엔 점포 수 늘리는 데 집중했지만, 요즘엔 '양보단 질'을 추구한다"며 "떠오르는 상권이나 공간을 갖춘 대규모 매장만 새로 열려고 하다보니 가맹점주들의 부담도 늘어난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 '테이크아웃족' 겨냥 소형 매장 빠르게 늘어



기존 커피전문점들의 콧대 높은 창업 비용에 대안으로 떠오른 게 바로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지 않고 사가는 일명 '테이크아웃족' 고객을 겨냥한 1~2천원대 소형 커피 프랜차이즈들이다.

특히 예전엔 저가 커피 원료로 쓰이는 원두 품질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대부분 업체가 주요 생산국에서 직접 커피 원두를 수입하는 등 커피 품질도 좋아지면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외식사업가 백종원씨가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의 빽다방은 2014년 25개였던 매장수가 1년 만인 지난해 400여개로, 과일주스를 주된 메뉴로 하며 커피를 함께 파는 쥬씨는 전국에 매장이 580여개나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KJ마케팅이 운영하는 커피식스, 쥬스식스 등도 브랜드 매장수가 300개를 넘어섰다.

KJ마케팅은 카페베네 사장을 지내고 망고식스를 창업한 것으로 유명한 강훈 KH컴퍼니 대표가 지난 4월 인수한 곳이다.

KJ마케팅 관계자는 "지난해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매월 30~40개씩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며 "임대료를 제외하고 3천만~4천만원대의 비교적 낮은 창업 비용과 상권이나 투자 여건에 따라 창업 옵션을 선택할 수 있어 예비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나만의 메뉴'로 승부…커피백화점·창업 아카데미도 한몫
포화 상태인 커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체 개발한 메뉴와 독특한 인테리어 등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하려는 개인 카페 창업도 늘었다.

이런 수요에 맞춰 카페 점주들이 원두부터 각종 기기 등을 직접 골라 살 수 있는 일명 '커피 백화점'부터, 무료 바리스타 교육이나 창업 지원 서비스도 잇따르고 있다.

온·오프라인 커피 유통 전문 브랜드인 '어라운지' 대표적인 사례다.

어라운지의 경우 카페 운영에 필요한 물품 판매뿐만 아니라, 개인 카페 창업 상담 및 지원을 해주는 '독립카페 지원 프로젝트'와 시즌별로 무료 커피 레시피 공개 세미나 등을 진행한다.

어라운지의 무료 창업 컨설팅을 통해 인천 굴포천역 근처에 카페를 연 권진우(28)씨는 "프랜차이즈에 비해 2배 이상 저렴한 비용으로 카페를 열 수 있었다"며 "시즌 때마다 커피전문가들이 다양한 메뉴 추천도 해주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부럽지 않은 우리 카페만의 메뉴 개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권씨의 카페는 인터넷 블로그와 SNS상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 이 일대 명소로 자리잡았다.

어라운지 관계자는 "커피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무료 바리스타 교육이나 창업 지원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관련 교육이 열릴 때마다 일찌감치 수강 인원이 찬다"며 "예전에는 개인 카페가 커피맛이 프랜차이즈에 비해 좋지 않고, 트렌드에 뒤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요즘엔 오히려 커피 품질이 좋고 개성있는 카페를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