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금리인상 시간표 정할 수 없어"…연내 한차례 인상이 최대치일듯

미국 기준금리가 전 세계적 요인은 물론 미국 내 요인까지 겹치면서 다시 한 번 동결됐다.

'고용 충격'으로 여겨질 정도로 부진했던 지난달 고용지표가 금리 동결의 결정적 원인으로 꼽히지만, 연내 금리인상 의지는 여전히 드러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5일(이하 현지시간) 마친 통화정책회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6월 정례회의 결과 기준금리를 현재의 0.25%∼0.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6개월째 같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됐다.

금융시장 전문가들과 미국 경제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미국 금리인상 전망과 관련된 분위기는 6월 들어 크게 반전됐다.

지난 4월 FOMC 정례회의 이후 6월 금리인상설이 크게 부각됐지만, 지난 3일 미국의 대표적인 고용지표인 비농업부문 신규고용 증가량이 시장의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3만8천 개에 그치면서 6월 인상설이 사실상 사라졌다.

연준 역시 이날 금리동결 방침을 발표한 성명에서 "노동시장 개선 속도가 둔화됐다"거나 "일자리 증가가 사라졌다"며 사실상 고용 부진 때문에 금리가 동결됐음을 시사했다.

지난 4월 FOMC 회의 직후 낸 성명에서 "노동시장의 추가적인 개선"을 지적했던 것과 비교하면 연준의 고용시장에 대한 시각이 정반대로 선회한 셈이다.

그 러나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고용시장의 상황은 여전히 건강하다"는 의견을 보였고, "다른 지표들이 녹색을 보이고 있을 때 어느 한 지표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해서는 안된다"며 지난 5월 고용동향의 충격을 줄이려 시도했다.

전문가들은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여부 결정 투표에 따른 불확실성도 이번에 미국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하게 만든 큰 요인이었다고 풀이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소 줄었지만 미국 달러화의 위상은 오히려 높아졌고, 이는 지난해 12월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 금리를 올렸을 때를 전후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물 론 미국 금리인상 자체가 신흥국, 특히 자원수출국가들의 불경기를 직접적으로 유발한 요인은 아니지만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이 초저금리 정책을 쓰면서 생긴 자산가격 거품이 주로 신흥국이나 자원수출국가들로 흘러들었고, 2014년을 전후한 시점부터 그 거품이 꺼지려는 조짐이 감지돼 왔다.

따라서 브렉시트 여부가 결정되기 전에 금리를 올리면 세계 경제에 이중으로 불확실성을 주게 되고, 연준에서도 그로 인한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연 준이 이날 성명에서는 브렉시트 같은 대외 요인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오늘의 (금리)결정을 이끈 여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말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며 브렉시트 가능성이 금리 동결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옐런 의장은 브렉시트 여부가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이며, 미국의 "(통화)정책 경로 결정에 영향을 주는 미국 경제 전망에도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세계 경제의 부진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면서 미국 역시 나홀로 성장을 이어갈 수 없게 된 점 또한 미국 기준금리 동결에 반영됐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지 난 7일 세계은행은 '2016 세계경제전망' 하반기 수정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 예상치를 올해 2.9%에서 2.4%로 내년 3.1에서 2.8로 각각 하향조정한 것은 물론, 미국의 올해 예상 성장률도 종전의 2.7%에서 1.9%로 크게 낮췄다.

그러나 이번에도 연준은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았음을 보였다.

FOMC 위원들이 제시하는 적정 금리수준을 보여주는 '점도표'를 보면 9명의 위원이 올해 2번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고 6명은 올해 1번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리인상 시점과 관련해 연준에서 어떤 신호를 금융시장에 보낼지에 관심이 모일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금리를 올리기 전에도 연준은 약 1년간 다양한 방법으로 금리인상 계획이 있음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옐런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간표를 미리 정할 수 없다"거나 "금리인상 가능성이 없는 회의(FOMC)는 없다"며 언제 다시 금리가 오를지를 시사할 만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