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국무회의에서 “드론 택배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바꿔야 할 규제는 모두 몇 가지일까. 국토교통부 국방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3개 부처가 항공법 시행규칙, 주파수 고시, 항공촬영지침 등 모두 아홉 가지 규정을 바꿔야 한다.

이처럼 이중 삼중 규제가 얽히기 시작한 건 1960년대부터다. 정부가 경제 개발을 주도하면서 규제 만능주의가 생겨났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구시대적 규제는 성장을 옭아매고, 일자리 창출을 막고 있다. 한국을 ‘규제공화국’으로 만드는 네 가지 문제점을 짚어봤다.

(1) 불법 양산하는 포지티브 규제

한국의 규제 체계는 특정 사항을 열거하는 포지티브 방식(원칙 금지, 예외 허용)이 주류다. 가능한 일과 사업을 적어놓고 포함되지 않으면 불법으로 간주한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영역이 생겨나면 불법인 경우가 많다. 제너시스BBQ가 지난해 5월 르노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배달용으로 들여왔지만, 자동차관리법에 열거된 자동차에 탑승 인원이 1~2명인 초소형 전기차가 없어 1년 이상 주차장에 세워놓아야 했던 게 대표적이다.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를 승용차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이륜차 등 다섯 가지로만 분류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뒤늦게 관련 규정을 고치고 있다.

(2) 브레이크 없는 의원입법

행정부가 새 규제를 내놓으려면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를 거쳐야 한다. 규제가 합당한지 따지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입법은 규개위를 거치지 않는다. 규제 영향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발의되며, 상임위 법사위 등에서 여야 야합으로 누더기가 된 뒤 연말 본회의에서 무더기로 통과된다.

일명 ‘홍종학법’으로 불린 면세점법이 대표적이다. 규제영향 평가를 하지 않고 면세점 허가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여 기존 사업자들의 사업권을 뺏는 통에 순식간에 면세점에서 일하던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3) 지방자치단체 무개념 규제행정

규제를 기계적으로 적용하거나, 권한을 남용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도 문제다. 인허가를 처리할 때 기한을 지키지 않거나, 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용도상 허용된 토지에 신고하면 지을 수 있는 액화석유가스(LPG) 판매소 등을 지으려면 주민동의서를 첨부할 것을 요구하는 식이다.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하는 걸 미리 피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못 들어서게 막고 있는 것이다.

감사를 피하기 위해 기계적으로 규정을 적용하는 사례도 많다. 지난해 경기 파주의 한 대기업은 주차장 규제로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계획대로 하지 못해 골치 아팠다. 자동화된 공장이어서 많은 주차장이 필요 없는데도 규정대로 200㎡당 한 대의 주차장을 갖출 것을 요구해서다.

(4) 숨은 규제 많고 가이드라인은 없다

공장 하나를 세우려면 여러 곳에 걸친 규제를 찾아내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규제등록제를 시행하다가 부처별·지자체별로 규제가 지나치게 증가하는 바람에 양적 관리를 포기했을 정도다. 그러나 선진국은 다르다. 한 기업인은 “캐나다에 공장을 지으려고 관청에 갔더니 가이드라인을 주더라”며 “이런 절차를 밟으면 허가를 내주겠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공장을 지으려면 어떤 법에 따라 무슨 절차를 밟아야 할지 기업이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공장을 짓다가 몰랐던 규제가 튀어나와 도중에 중단해야 하는 일도 일어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