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대 은행 중 하나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농업에 진출한다. 지난 4월부터 은행들도 농지를 소유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지소유적격법인(옛 농업생산법인)에 대한 출자가 허용된 덕분이다. 규모의 경제화를 통해 일본 농업의 생산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7월 아키타현 농업법인, 지방은행인 아키타은행, 전자업체인 NEC그룹 등과 공동으로 새로운 농업생산법인을 설립한다. 쌀 생산 및 가공을 하는 ‘오가타무라 아키타코마치 생산자협회’가 지분 절반을 보유하고 나머지를 은행과 기업들이 출자한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아키타은행과 함께 은행법상 5%까지만 지분을 보유하지만 사업 전체를 주도할 예정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새로운 농업생산법인은 올가을부터 고령화로 추수와 정미 등 농사일이 힘든 농가의 작업을 대행한다.

내년 봄부터는 농가에서 농지를 빌려 쌀농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농사일을 접으려는 주민이 있으면 농지를 사들이고, 인근 농민이나 지역 주민을 임시 직원으로 고용해 농사를 짓는다. 10년 뒤에는 아키타현에서만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네 배인 1000헥타르(㏊)까지 생산 면적을 넓힐 계획이다. 생산한 쌀은 오가타무라 아키타코마치 생산자협회를 통해 개인이나 호텔 등에 판매한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이번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다른 현(한국의 도)에서도 그 지역의 유력 농업법인이나 지방은행과 공동 출자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쌀 주요 산지인 니가타현과 야마가타현 등이 우선 후보 지역으로 꼽힌다. 중장기적으로는 여러 농업생산법인에 투자하는 농업 지주회사화도 염두에 두고 있다. 농업생산법인 간 농기계를 공동구매해 비용을 절감하고 판로 개척 등 공동 마케팅도 할 계획이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농업 진출을 결정한 것은 개정 농지법(농지의 소유와 이용에 관한 법률)이 지난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법은 기업의 농지 소유를 지원하기 위해 지분 출자한도와 임원 요건 등을 대폭 완화했다. 기업은 과거 25% 이하까지만 출자가 가능했지만 법 개정으로 50% 미만까지 출자할 수 있다.

출자자 요건이 완화되면서 은행도 출자가 가능해졌다. 농업 전략특구에서는 기업이 50% 이상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도 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효고현 야부시를 농업 국가전략특구로 지정했다. 2009년부터 기업도 농지를 임대해 농업을 할 수 있었지만 실제 농업에 뛰어든 기업은 슈퍼체인 이온, 편의점 로손 등 소매·유통업체가 대부분이었다.

일본 정부는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농업 개혁을 추진 중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까지 발효되면 생존이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인구 감소로 은행의 사업 영역이 줄어드는 가운데 농업 분야가 새로운 대출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사업에 나선 이유다. 농지 통합과 대형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농지 매매가 활발해지고 농기계 등 투자가 늘면 대출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 일본 농업 관련 대출은 약 5조엔으로, 이 중 90% 정도를 농협(JA)이나 정부계 금융기관이 차지하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