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수입 과정에 日롯데물산 끼워" vs "日물산 신용으로 비용 줄여"

롯데그룹이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로부터 대대적 수사를 받는 가운데, 특히 화학 계열사 롯데케미칼이 원료 수입 과정에서 비자금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정상적 거래일 뿐 별도의 자금 형성 지시를 받은 적도, 자금을 만든 적도 없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검찰은 현재 롯데케미칼이 원료를 수입할 때 거래대금을 부풀리고, 과대 지급된 거래대금 일부를 일본 계열사를 통해 빼내거나 쌓아두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마련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원료업체로부터 혼합자일렌(Mixed Xylene), 열분해 가솔린(Py-Gas) 등 석유화학 제품 원료를 수입하고 대금을 지급할 때 불필요한 것처럼 보이는 일본 롯데물산을 끼워넣어 대금의 일부가 일본 롯데물산에 돌아가도록 했다는 얘기다.

이 같은 행위가 사실로 확인되면 비자금 조성을 위해 롯데케미칼의 수익성을 의도적으로 훼손한 것인만큼 특가법상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검찰은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뿐 아니라 롯데케미칼의 원료 수입에 간여한 협력업체 대표 등도 모두 출국 금지했다.

그러나 이런 의혹에 대해 롯데케미칼은 15일 입장 자료를 내고 "사실과 매우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이 일본 롯데물산에 수입 대행을 맡긴 것은 1997년말 외환위기 당시 한국기업들이 신용장(L/C)조차 개설이 불가능할 정도로 신용도가 낮았기 때문에, 일본 롯데물산의 신용도를 활용해 보다 싼 이자를 물고 어음 무역 거래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국내 금리가 15~20%에 이르렀는데, 일본 롯데물산 신용도를 활용해 약 9%의 금리로 어음 거래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롯데케미칼은 "일본 롯데물산이 롯데케미칼로부터 큰 이익을 취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롯데케미칼이 일본 롯데물산의 신용을 바탕으로 이익을 봤다"며 "일본 롯데물산은 역할에 부합한 수입대행 수수료를 지급 받았고, 그 역시 낮은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해명에도 그동안 신동빈 회장의 애정이 각별했다는 점에서 롯데케미칼의 수사는 주목을 받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1990년 당시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이사·부사장으로 재직하며 한국 롯데 경영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과거 식품과 유통에 주력했던 한국 롯데는 신 회장이 1990년 호남석유화학 경영에 참여한 이후에서야 비로소 화학 부문을 본격적으로 육성했다.

2000년대 들어 신 회장은 롯데대산유화(현대석유화학 2단지)와 케이피케미칼을 인수한 뒤 2009년과 2012년 호남석유화학과 롯데대산유화,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의 합병을 잇따라 성사시켰다.

글로벌 사업도 강화해 2009년 영국 아테니우스사의 테레프탈산(PTA) 및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생산 설비, 2010년 동남아시아 대표적 석유화학 회사 말레이시아 타이탄을 인수했다.

지난해 7월초 신 회장이 직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삼성그룹 화학계열사 인수를 직접 제안해 성사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한·일 롯데그룹의 '원 리더(총수)'로서 자리를 굳혀가던 신 회장은 화학을 유통·서비스와 함께 그룹의 3대 축으로 키우는 방향으로 그룹 운영 전략을 짰다.

그 첫 번째 대형 프로젝트의 하나가 삼성 화학계열사 인수 '빅딜'이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롯데케미칼에 대한 혐의를 설명할 것"이라며 "화학을 그룹 핵심 사업군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