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나 건강기대수명 등 행복도를 나타내는 객관적인 지표는 좋은 편이지만 주관적 행복감은 다른 나라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행복감을 높이려면 양적 발전뿐 아니라 질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행복도 추이와 설명요인:유엔세계행복보고서를 중심으로'(정해식 부연구위원) 보고서를 보면 유엔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렇게 나왔다.

올해 유엔은 지난 3월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했는데, 한국은 올해 157개국 중 58위로 작년보다 11계단 낮아졌다.

유엔은 ▲ 1인당 GDP ▲ 건강기대수명 등 객관적인 수치가 있는 2가지 요소와 ▲ 사회적 지지 ▲ 자유로운 삶의 선택 ▲ 관대성 ▲ 부패인식 등 설문조사를 통해 답변을 듣는 4가지 주관적 요소를 통해 각 나라 국민의 행복도를 산출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이런 6가지 요소별 점수의 7개년(2009~2015년) 평균치를 구해 한국과 세계 다른 나라의 수준을 비교했다.

그 결과 객관적 요소는 세계 평균보다 높았지만, 주관적 요소는 세계 평균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수치로 보는 행복감은 높은 수준이지만 실제로 국민이 스스로 평가하는 행복감은 낮은 편이었던 셈이다.

1인당 GDP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세계 평균보다는 훨씬 높았다.

건강기대수명은 73.1세로 세계 평균(62.3세), OECD 평균(70.4세)을 웃돌았다.

반면 한국은 '사회적 지지' 항목에서는 0.778점을 받아 세계 평균(0.810), OECD 평균(0.905)보다 훨씬 낮았다.

한국의 점수가 0.778이라는 것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물었더니 77.8%만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삶의 선택' 항목에서도 한국은 0.637로 OECD 평균(0.799)은 물론 세계 평균(0.723)보다도 낮았다.

한국의 경우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만족 여부'에 대한 질문에 63.7%만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한국인은 경제 수준과 비교하면 나눔의 행복을 느끼는 정도도 세계나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1인당 GDP를 고려해 기부를 실천한 정도를 산출한 '관대성' 항목에서 한국은 -0.063점을 기록해 -0.005인 세계 평균, 0.041인 OECD 평균보다 낮았다.

부패가 만연하고 있다는 인식은 OECD나 세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정부·기업 영역에서 부패의 만연 여부'를 묻는 말에 한국인의 81.7%가 그렇다고 답해 세계 평균(75.3%), OECD 평균(64.8%)보다 훨씬 높았다.

부패인식 수준이 높을수록 행복감에는 마이너스가 된다.

정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객관적 요인이 양호해졌음에도 국민이 삶에서 여유는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 삶의 질 제고에서 양적 발전이 아닌 질적 발전을 도모해야 행복도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