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정부 "브렉시트 땐 10~12% 하락"…"다수 전문가들, 30년래 최저치 추락"
영란은행, 자본 이탈 막기 위해 금리인상 가능성도


오는 23일 예정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국민투표를 앞두고 국제 금융시장의 시선이 영국 파운드화에 집중되고 있다.

'EU 탈퇴' 투표 결과가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안길 것이라는 게 중론인 가운데 런던 외환시장이 그 진원에 자리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브렉시트 찬성이 우세한 여론조사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파운드화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런던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파운드화는 오전 11시20분 현재 전일 종가보다 0.74% 내린 파운드당 1.416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올 들어 처음으로 5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1개월물 내재 변동성도 29.125%로 치솟았다.

지난해 연말 수준보다 세 배나 높다.

지난 9일 공개된 ORB 여론조사 결과가 이런 급락세를 촉발했다.

브렉시트 찬성(55%)이 반대(45%)를 10%포인트 웃돈 것으로 나오면서 브렉시트 불안감을 일순간 증폭시켰다.

이후 브렉시트 찬성이 앞선 다른 여론조사들이 뒤따르면서 파운드화 속락세가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현재 파운드화는 지난 2월 기록한 연중 최저치(1.3871달러)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파운드화가 1.40달러 이하로 떨어진 건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인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었다.

연초 이후 파운드화는 영국 경제 둔화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축소 등으로 약세를 보이다가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보태져 1.4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후 3월부터 1.40달러~1.47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지난주 후반부터 연일 하락세에 빠졌다.

브렉시트 불안감이 고조된 탓에 투표일까지 불안한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스톡홀름 소재 SEB AB 투자전략가 리처드 팔켄홀은 블룸버그에 "여론조사들을 보면 찬반이 그 어느 때보다 접전에 있음을 보여준다.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관심은 브렉시트 찬성 결과로 나온 이후다.

영국 재무부는 지난달 내놓은 '브렉시트의 단기적 영향' 보고서에서 외부기관들의 평균 전망치인 10% 하락(충격 시나리오)과 12% 하락(심각한 충격 시나리오)으로 대신했다.

블룸버그는 자사가 이코노미스트들에 물은 결과, EU 탈퇴 결과로 나오면 파운드화가 1.35달러 이하로 추락하고, 반대로 잔류 결과로 귀결되면 1.50달러 수준으로 급등할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파운드당 1.35달러는 1985년에 마지막으로 보였던 수준이다.

1992년 9월 파운드화 급락세로 영국 정부가 유럽환율메커니즘(ERM)을 탈퇴한 '검은 수요일'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인 셈이다.

2년 넘게 지속될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새로운 무역협정이 어떻게 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포에 짓눌린 투자자들이 영국에서 자금을 대거 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결국 파운드화 향방은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브렉시트 찬성투표 이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렸다고 일간 가디언은 분석했다.

영란은행이 EU 탈퇴에 따른 경기 침체를 우려한다면 파운드화 약세를 경기 진작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고, 공포에 의한 투매가 지속될 경우 인플레 압력과 자본 이탈을 막고자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관측했다.

영란은행이 어느 정도의 파운드화 약세는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가디언은 파운드화가 2014년 정점을 찍은 이래 약세 기조로 돌아선 데에는 기본적으로 기록적인 수준(국내총생산 대비 7%)에 이른 경상적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1~2년 내 파운드화는 약세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