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가결해놓고 '3자 대화' 제의…감원 최소화 무기로 사용할듯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을 가결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대우조선 노조는 14일 보도자료를 내 투표 참여 노조원의 85%가 파업을 찬성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거제 지역경제 침체 등 조선업 불황에 따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원들이 압도적으로 파업을 찬성한 것은 회사와 채권단이 발표한 자구계획이 오히려 정상화에 독이 되고 고용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자회사 14개 매각, 도크 축소, 인력 2천명 감축, 임직원 임금 반납 등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이 실현될 경우 노조원들의 고용 불안이 극심해 질 것이라는 우려가 파업 가결에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그러면서 "쟁의행위가 가결됐다고 해서 바로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회사와 채권단·노조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구성한다면 파국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자가 대화를 통해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를 위해 협력한다면 파업에 돌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조가 이처럼 파업을 가결해놓고도 파업 돌입 등 향후 일정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것은 파업을 둘러싼 외부의 시선이 결코 곱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가자 거제지역에서는 "파업 돌입과 같은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며 대화로써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거제상공회의소 원경희 회장은 "대우조선 노조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진 않을 것"이라며 "모두가 우려하는 파업 돌입 상황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들어 '수주 제로(Zero)'로 일감이 끊어질 위기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노조도 잘 인식하고 있다.

다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원들이 과도하게 일자리를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조선업 불황으로 거제 지역경제가 침체된 있다는 현실도 노조로선 외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전직 최고경영자(CEO) 등에 대한 검찰 수사 등도 조심스럽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파업을 결의해 놓고 대화를 병행하며 추후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실제 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노조 복안인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파업 돌입에 앞서 특수선 분할에 반대하는 입장을 담은 항의서한을 갖고 16일 서울 산업은행을 방문하기로 했다.

특수선 분할에 따른 구조조정 여파를 최소화해 노조원들의 고용안정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펼쳐질 채권단·회사와 줄다리기에서도 실리를 최대한 챙겨보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노조는 "진정 국민을 위한 정부라면 바람직한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 하루빨리 지원할 것을 지원하고 개선할 것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회사 정상화를 위해 구성원들은 지난해 한해 임금을 삭감했고 급여 일부를 반납했으며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까지 고통분담을 해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노조도 고통 분담에 나설 만큼 나섰으니 회사와 채권단도 이를 고려해 구조조정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7대 과제 36개 세부 실행항목을 설정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잘못된 방향의 구조조정을 채권단과 회사가 고집한다면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채권단은 이날 대우조선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되자 "실제 파업에 돌입하지 않도록 회사와 계속 협의할 것"이라면서도 "파업을 실행에 옮긴다면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결국 대우조선 노조의 파업 돌입 여부는 채권단과 회사, 그리고 노조간 대화가 어떤 식으로 진행돼 성과를 낼지에 달려 있다.

(거제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