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도쿄UFJ은행 이어 생명보험협회도 사실상 반기

2012년말 아베노믹스 개시 이래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끈끈한 '2인3각 체제'를 보여줬던 일본은행(BOJ)과 금융계 사이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BOJ가 지난 1월 29일 도입해 2월 16일부터 시행한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한랭전선을 형성했다.

은행이나 보험사는 금리 하락으로 수익환경이 급격히 악화되자 노골적으로 견제구를 날렸다.

특히 BOJ가 추가로 금융 완화를 단행하면 그 타격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15~16일 BOJ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BOJ에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 됐다.

13일에는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이 국채 입찰에서 일정비율을 응찰, 낙찰이 의무화돼 있는 프라이머리 딜러(PD) 자격을 반납하겠다는 뜻을 재무성에 정식으로 전했다.

일본 은행들의 맏형 격인 미쓰비시도쿄UFJ는 그동안 언론에 자신들이 국채시장 PD 자격을 반납하겠다는 의지를 흘리며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고전하는 은행권의 의중을 대변했었다.

히라노 노부유키 미쓰비시도쿄UFJ은행 사장이나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금융그룹 사장 등 은행권 고위 인사들도 공개 발언 등을 통해 BOJ에 마이너스 금리정책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시했다.

14일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도 반발하고 나섰다.

일본 생명보험협회 쓰쓰이 요시노부 회장(일본생명보험 사장)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마이너스 금리의 확대나 국채의 매수 증가보다는 ETF(상장지수투자신탁)의 매수를 증액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BOJ의 추가적인 금융 완화를 강하게 견제한 발언으로 비쳐졌다.

일본 보험 회사들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 뒤 운용난으로 일부 보험상품의 판매를 잇따라 정지했다.

쓰쓰이 회장이 BOJ의 정책에 참견하는 형식으로 보험업계의 불만을 대변했다고 해석됐다.

BOJ가 2013년 4월 대대적인 금융완화를 본격화한 뒤 일본 금융계는 BOJ에 의한 대량의 국채 매수 정책에 협조해왔다.

그러나 이 관계에 금이 가는 계기가 마이너스 금리정책 시행이다.

일선 은행들이 본업인 대출 업무에서 예대마진 축소 등으로 고전하면서 일본은행과 확실하게 거리를 두기 사작한 것이다.

아베노믹스가 시행 3년을 넘기면서 예상 밖의 급격한 엔고와 성장전략 부진으로 국민으로부터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든든한 지지자였던 금융권마저 반기를 들면서 더욱 꼬이고 있다.

대담한 금융완화, 재정 투입, 투자를 통한 성장전략 마련 등 세 개의 화살이 핵심인 아베노믹스는 3년을 넘겼지만 금융완화 이외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갈림길에 서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