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MS의 다양한 서비스와 결합할 것"…일각에선 "너무 비싸게 샀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13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인 링크트인(LinkedIn)을 262억 달러(약 31조원)에 사들이기로 했다는 소식은 투자자들과 IT 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번 인수는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MS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이다.

휴대전화 제조업체 노키아 등 과거 대형 인수에서 쓴맛을 봤던 MS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현금 많지만 돈 빌려 인수…무디스, MS 신용등급 강등 경고
이날 인수합병 소식에 뉴욕 증시에서 MS와 링크트인의 희비는 엇갈렸다.

MS의 주가는 2.6% 하락했지만, 링크트인 주가는 47% 가량 폭등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트위터 주가까지 덩달아 들썩였다.

트위터가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 회사의 주가는 3.8% 올랐다.

MS는 대출을 통해 인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은 1천50억 달러나 된다.

그런데도 돈을 빌리는 것은 세금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MS의 현금은 대부분 외국에 있는데 이를 미국으로 가져오려면 35%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게다가 대출을 받으면 이자 공제를 통해 향후의 세금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미국에서는 MS를 포함한 IT 기업과 제약사들이 이같은 방식으로 조세를 회피한다는 비판 여론이 있다.

'조세 정의를 위한 시민'의 로버트 매킨타이어 국장은 "현금이 넘쳐나는 회사가 세금을 내기 싫어 인수를 위해 돈을 빌리는 세상은 이상하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MS의 신용등급을 최상위인 'Aaa'에서 낮출 수 있다고 이날 경고했다.

MS가 인수 자금 전액을 대출로 마련하면 부채가 EBIDT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나 신용등급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부채는 현재 460억 달러 규모다.

다만 또 다른 신용평가사 S&P는 MS의 'AAA' 등급을 하향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S&P의 데이비드 추이 애널리스트는 MS의 현금이 1천억 달러 이상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MS 외에 S&P의 최고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기업은 존슨앤드존슨이 유일하다.

◇ 링크트인 성장 둔화 조짐…"그간 MS의 인수합병 형편 없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운영체제나 휴대전화가 아니라 이 같은 기술플랫폼에서 작동하는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가 회사의 미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그는 MS가 링크트인의 데이터와 4억3천300만명의 사용자를 통해 비즈니스 절차와 생산성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또 사람들이 링크트인에서 만드는 직업 프로필은 워드와 파워포인트에서 스카이프에 이르는 MS의 서비스와 결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는 대형 인수합병에서 잇따라 실패한 MS의 전력 때문에 이번 인수에 대해서도 의심스럽게 보고 있다.

MS는 2014년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을 72억 달러에 인수했으나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지난해 76억 달러를 손실 처리하고 7천8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MS는 노키아 외에도 온라인 광고회사 에이콴티브를 63억 달러에 샀다가 인수 비용의 대부분을 상각 처리한 바 있다.

MS는 사람들을 직장 동료와 연결하도록 돕는 소셜네트워크 야머를 사들였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 인수도 마찬가지였다.

UBS의 소프트웨어 애널리스트 브렌트 틸은 MS의 대형 인수에 대해 "성공한 적이 없다.

형편없다"고 말했다.

핵심적인 문제는 링크트인이 MS의 기대만큼 강력한 네트워크인지다.

주로 채용에 활용되는 링크트인은 사용자들이 일상적인 직장생활에서 자주 이용하는 더 활발한 네트워크가 되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왔다.

그러나 링크트인은 고전하고 있다.

가트너의 브레인 블라우는 링크트인의 성장이 둔화하는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 회사에 대해 여전히 훌륭한 브랜드라고 말했다.

MS는 전통적인 컴퓨터 소프트웨어 중심의 강한 내부 문화에 대규모 조직을 통합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 과정에서 실리콘밸리에 있는 링크트인의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문화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나델라 CEO는 링크트인이 실리콘밸리에 계속 남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 때문에 MS에 통합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블라우는 지적했다.

한편 MS가 링크트인에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제시했다는 지적도 있다.

매셔블은 MS가 2008년 즈음에 링크트인을 15억 달러에 인수하려고 검토했지만 미온적이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링크트인이 당시 10억∼15억달러 금액이라면 회사를 팔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링크트인의 임원 출신인 키스 라보이스는 이번 인수 사실이 발표된 이후 MS가 2005∼2006년에 링크트인을 2억5천만달러에 인수할 기회가 있었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