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잎부터 투자"…증시 새내기주에 돈 몰린다
바야흐로 ‘공모주 전성시대’다. 증시에 데뷔하는 종목의 주식을 미리 확보해 두면 5~10%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되면서 공모주 청약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투자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공모 규모가 사상 최대인 9조원 이상 될 것”(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라는 전망도 공모주 투자가 늘어난 배경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기업공개(IPO)가 몰리는 시기는 하반기다. 4~5월께 이사회를 열어 IPO 결의를 거치고 감사보고서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반기부터 투자 열기가 뜨겁다. 덩치가 큰 경쟁자들을 피해야 한다고 판단한 업체들이 상장 일정을 일찍 잡은 것이다. 이달에도 투자자 모집에 나서는 기업이 9곳에 달한다.

"떡잎부터 투자"…증시 새내기주에 돈 몰린다
이달 공모주 청약에 나서는 기업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한국자산신탁이다. 업계 1위 부동산 개발회사인 엠디엠(MDM)그룹의 자회사다. 부동산 신탁사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로스웰인터내셔널은 중국 기업으로는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홀딩스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코스닥시장 문을 두드린다. 녹십자 자회사인 녹십자랩셀과 동아쏘시오그룹의 에스티팜도 투자자 모집에 나선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제약업종이라 눈길을 끈다.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우량 비상장사의 IPO가 기다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밥캣 넷마블게임즈 등이다. 다만 당초 공모 규모가 약 5조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던 호텔롯데는 지난 10일 검찰 수사를 받으며 상장이 불투명해졌다.

"떡잎부터 투자"…증시 새내기주에 돈 몰린다
일반적으로 공모주는 상장 직후 주가 흐름이 좋은 편이다. 올해 상장한 15개 종목 가운데 10일까지 공모가보다 떨어진 종목은 대림씨엔에스(유가증권시장)와 레이언스(코스닥시장) 둘뿐이다. 대부분 공모주 투자자들이 상장 후 1주일 안에 배정받은 주식의 전부 혹은 일부를 처분하는 것도 ‘상장 초기 효과’ 때문이다.

중장기 투자는 성공률이 다소 떨어진다. 지난해 상장한 73개 종목 가운데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종목의 비중은 60% 내외다. 오은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IPO 시장 문턱이 낮아지면서 약점이 뚜렷한 상장사도 함께 늘어났다”며 “이런 종목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가가 떨어지는 만큼 ‘옥석 가리기’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이 공모주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실탄’이 넉넉하다면 직접 청약에 나서면 된다. 주관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한 뒤 청약대금(공모가×주식수)의 50%에 해당하는 청약증거금을 납입하는 것으로 청약 절차가 끝난다. 다만 조달해야 하는 증거금에 비해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주식이 많지 않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경쟁률 100 대 1, 공모가 1만원인 종목이라면 50만원을 넣어야 1만원짜리 주식 한 주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억 단위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투자자가 아니라면 공모주 직접 청약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통장 잔액이 부족한 소액투자자는 공모주펀드를 활용하는 게 낫다. 공모주펀드는 기관투자가로 분류된다. 개인 자격으로 청약에 참여하는 것보다 배정 비율 면에서 유리하다. 다만 비교적 장기간 투자해야 좋고 채권혼합형 펀드가 대부분이라 수익률이 떨어진다. 10일 기준 공모주펀드에 들어온 자금은 6조7695억원, 이달 수익률은 평균 0.11%다.

스팩(SPAC) 공모주 청약도 한 방법이다. 스팩은 증권사가 비상장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설립한 서류상 회사다. 공모를 통해 자금을 모아 증시에 상장한 뒤 3년 뒤 합병기업을 찾지 못하면 청산된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