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의 실제 거주지인 서울 가회동 롯데그룹 영빈관. 검찰은 지난 10일 이곳에서 신 회장의 개인금고를 압수했다. 연합뉴스
신동빈 회장의 실제 거주지인 서울 가회동 롯데그룹 영빈관. 검찰은 지난 10일 이곳에서 신 회장의 개인금고를 압수했다. 연합뉴스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횡령·배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매년 300억원대 자금을 계열사로부터 받아온 사실을 확인했다. 두 사람의 개인 금전출납 자료도 확보했다. 검찰은 회계자료 조사를 통해 이 돈의 성격을 파악한 뒤 비자금으로 드러나거나 불법적 성격이 밝혀지면 사용처를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 롯데 비자금 수사] 검찰 "총수 부자 연 300억대 수상한 돈 받아"…롯데 "배당금·급여"
1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신 총괄회장의 재산관리 업무를 맡았던 전 비서실장 이모 전무를 소환조사해 신 총괄회장이 매년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계열사로부터 받아 운용하고 있다는 진술을 얻어냈다. 검찰은 이 전무가 신 총괄회장의 개인금고에서 자신의 처제 집으로 옮긴 금전출납부와 현금 30억원을 서울 목동 처제 집에서 찾아내 압수했다.

[검찰, 롯데 비자금 수사] 검찰 "총수 부자 연 300억대 수상한 돈 받아"…롯데 "배당금·급여"
검찰은 지난 10일 롯데호텔 33층에 있는 회장 비서실을 압수수색하던 중 신 총괄회장의 금고를 발견했지만 내용물이 이미 옮겨지고 난 뒤였다. 검찰은 다음날인 11일 이 전무를 소환조사하는 과정에서 처제 집에 내용물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압수수색을 했다. 이 전무는 검찰에 “지난해 롯데 (형제 간) 경영권 분쟁 당시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해임돼 자료 등 내용물을 인수인계하지 않고 외부로 갖고 나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동빈 회장의 재산관리 업무를 맡은 임원 조사를 통해서도 신 회장이 매년 약 200억원의 계열사 자금을 수령해오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매년 300억원 이상의 돈이 계열사에서 오너 일가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검찰은 이 돈이 급여와 배당금으로 보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다고 판단하고 회계자료 조사 등을 통해 계열사로부터 불법적으로 받은 게 아닌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검찰은 신 회장의 실질적 거처로 알려진 그룹 영빈관(종로구 가회동)에서 발견한 개인금고에서는 특별한 자료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전무 등은 소환조사에서 이 돈에 대해 “신격호·신동빈 회장이 급여와 배당금 명목으로 받은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급여와 배당금을 두 회장에게 지급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 총괄회장은 상장된 롯데 계열사로부터 급여 41억원을, 신 회장은 58억원을 받았다. 두 회장이 비상장사 임원으로서 받은 급여와 배당금을 합치면 각각 100억원대를 훌쩍 넘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검찰은 10일 압수수색 후 처음으로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 방향을 밝혔다. 검찰은 압수수색 대상 계열사와 그룹 정책본부가 어떤 형태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와 비자금이 오너와 대주주에게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할 계획이다. 계열사 간 자산·자본거래 또는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내부 사업부 간의 거래에서 배임 행위가 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오너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게 비정상적 특혜 구조라고 판단하고 있다. 오너 일가와 그룹 계열사 간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회사 측에 손실을 끼친 부분이 있는지도 확인 중이다.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로 정부와 재계의 협력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산업 분야에 대한 민간투자 활성화를 논의하기 위해 15일로 예정된 주형환 장관과 1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하는 간담회를 연기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 내부 사정 등으로 CEO들의 참석이 여의치 않아 불가피하게 일정을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한신/강진규/오형주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