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 제공
정부가 조건부 자율협약 상태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 시작된 지난 4월 말 이후 정부가 양대 해운사 합병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건 처음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은 1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한진해운의 정상화 추진 상황을 봐가면서 (현대상선과의) 합병이나 경쟁 체제 유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양대 해운사 합병은 두 회사가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조정, 협약채권자 채무 재조정을 마무리하고 글로벌 해운동맹에 가입하는 등 정상화 절차를 끝낸 이후에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임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장기적으로 국적 원양 해운사를 한 개만 두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겠다는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양대 해운사 합병을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줄곧 밝혀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대상선 정상화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만큼 정부 차원에서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의 윤곽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양대 해운사 합병을 언급했지만 구체화되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사채권자 채무 조정과 용선료 협상을 완료한 현대상선과 달리 한진해운은 회생을 위한 채무 재조정이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초부터 해외 선주사들과 용선료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진척이 없다. 용선료를 연체해 일부 선주사가 선박을 압류하기도 했다. 한진해운이 내년 말까지 1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이 부족할 것으로 파악된 뒤 이를 누가 지원할 것이냐를 두고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채권단은 대주주인 한진그룹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한진그룹은 4000억원만 지원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구조조정 중인 해운·조선업체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건 절대 불가라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 위원장은 이날 파업 찬반투표를 치른 대우조선해양 노조에 대해 “지난해 10월 말 채권단에 자구계획을 낼 때 노조가 쟁의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구조조정의 철칙은 채권단, 주주,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은 “파업에 들어간다면 정상화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태명/김일규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