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소비심리 위축에 실속 찾는 '불황형 소비'가 대세
장기 불황 여파로 올해 상반기 TV홈쇼핑에서는 실용적이고 적은 예산으로 큰 만족도를 얻을 수 있는 상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불황형 소비 경향과 함께 소비자들이 검증된 패션·뷰티상품을 중심으로 지갑을 연 점도 특징이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1월1일~6월7일) GS샵의 판매제품 1위(수량 기준)는 애경의 '에이지투웨니스 에센스 커버팩트'였다.

이른바 '견미리 팩트'로 알려진 이 상품은 2015년 GS샵 전체 히트상품 1위, 2015년 상반기 히트상품 1위에 오른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34만 세트가 판매됐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신규 브랜드 상품보다는 2년 이상 판매돼 품질이 검증된 제품들이 더욱 사랑을 받는 패턴이 나타났다고 GS샵은 분석했다.

'프리미엄 티에스 탈모샴푸'는 8만5000명의 재구매고객에 힘입어 판매수량 6위에 이름을 올렸고, 8위를 차지한 '실크테라피'는 7년 연속 헤어케어 부문 1위를 차지해 전체 8위를 기록했다.

유행이 빨리 바뀌는 패션 부문에서도 오랜 기간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들이 약진했다.

3위에 오른 'SJ와니'는 손정완 디자이너와 GS샵의 협업 브랜드로 지난해 전체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3위를 지켰다. 4위 '제이코닉' 역시 티셔츠, 자디 등을 3~6종 패키지로 묶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모르간'은 2012년 전체, 2013년 상반기 히트상품 1위에 올랐던 토털 패션 브랜드로 9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A.H.C 화장품(2위), 센텔리안24 마데카크림(7위), 실크테라피(8위) 등 이미용 상품이 5개나 순위에 올랐다. 이미용 상품은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도 만족도가 높다는 점에서 '불황일수록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속설을 입증했다.

CJ오쇼핑에서도 올 상반기 판매 상위 10개 중 패션 의류가 8개를 차지해 강세를 보였고, 특히 기본 패션 아이템이 4개에 달했다.

니트, 티셔츠 등은 다양한 아이템과 매치가 쉽고 오래 두고 입을 수 있어 불황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CJ오쇼핑의 분석이다.

1위는 패션잡화 브랜드 '브레라'의 선글라스 3종 세트가 차지했다. 파스텔톤 분홍색인 로즈쿼츠, 검정, 갈색의 선글라스로 구성돼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킨 덕에 17만7000건의 주문이 몰렸다.

미국 색채 컨설팅 기업 팬톤이 '올해의 색상'으로 정한 로즈쿼츠 색장 제품이 인기를 끈 점도 특징이다. 해당 색상이 포함된 제품이 10개 중 6개나 차지했다. 이는 장기 침체로 인한 고민과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 힐링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심리가 파스텔톤 아이템 구매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했다.

현대홈쇼핑에서도 가성비를 앞세운 패션, 화장품, 식품이 10위권에 포진했다.

중저가 패션 브랜드 '조이너스'가 40만 세트가 팔려 1위에 올랐다. 디자이너 브랜드 맥앤로건(39만건·2위), 한섬의 모덴(32만건·4위), 에띠케이(26만건·5위) 등 의류브랜드가 뒤를 이었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자체 브랜드(PB)와 중소기업과 협력한 실속형 패션·뷰티 상품들이 상위 10위권을 형성했다.

1위는 단독 패션 브랜드 '다니엘 에스떼'(28만9500세트)가 차지했다. 상위 10개 중 8개가 의류와 신발 등 패션 제품으로 구성됐다.

강원형 GS샵 영업전략담당 본부장은 "올 상반기에는 적은 예산으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패션·뷰티상품의 강세를 보였다"며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고객들에게 검증 받은 상품들에 수요가 집중되는 '불황형 소비' 패턴이 뚜렷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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