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부채 급증 때문…'그림자금융' 폭증에 위기감 고조

중국의 작년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정부·기업 총부채 비율이 연말 기준으로 미국을 처음 넘어섰다고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했다.

중국의 기업부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난데다 가계부채와 정부부채도 함께 불어난 결과다.

한국의 부채도 증가세를 이어가 가계부채는 신흥국 중 1위, 기업부채는 3위를 기록했다.

◇ 中 GDP 대비 총부채 비율 美 넘어섰다…기업부채 급증 때문

13일 BIS에 따르면 중국의 작년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기업·정부(금융부문 제외) 부채비율은 254.8%로 미국의 250.6%를 웃돌았다.

이는 연말 기준으로 1995년 자료를 집계한 이후 처음으로 중국의 금융부문 제외 총부채(가계+기업+정부 부채) 비율이 미국보다 높아진 것이다.

중국의 이 비율은 2008년 148.4%에서 2012년 200%를 넘어선 뒤 작년 말 다시 250%를 넘길 정도로 급속도로 상승했다.

2008년 239%였던 미국의 총부채비율은 이듬해 240%대로 올라서고 나서 서서히 상승해 2011년부터 계속 250% 안팎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중국에 추월당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신흥국과 선진국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중국의 부채비율이 미국을 넘어섰다는 것은 위험한 시그널"이라며 "중국 부채비율 상승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빠르게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부채비율이 치솟은 배경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불어난 비금융 기업부채가 있다.

중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말 98.6%에서 작년 말 170.8%로 72.2%포인트 치솟았다.

같은 기간 브라질(14.9%포인트), 러시아(16.8%포인트), 인도(4.7%포인트) 등 주요 신흥국에 비해 급격히 늘었다.

작년 말 중국의 기업부채는 17조8천130억 달러로 신흥국 전체 기업부채의 72.3%에 달할 정도로 많다.

중국의 기업부채는 미국(12조7천840억 달러)보다 훨씬 많으며 한국(1조4천120억달러)의 13배, 일본(4조1천980억달러)의 4배에 달한다.

이는 중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과 영국, 유로존, 일본 등 선진국들이 푼 돈을 대거 흡수, 국유기업 중심으로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리며 부채 기반의 성장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008년 말 18.1%에서 지난해 말 39.5%로, 정부부채 비율은 31.7%에서 44.4%로 크게 늘었다.

◇ 빚더미 中, 기업 부도 속출에 '그림자 금융' 폭증으로 위기 우려

중국의 총부채 비율이 미국을 넘어설 정도의 위험 수준에 도달했는데도, 기업들의 빚 내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은 올해 들어 대대적으로 해외기업을 사들여 1분기 말 현재 글로벌 인수합병(M&A)의 약 6분의 1을 차지할 정도인데, 인수대금 중 역외에서 얻은 대출규모는 전체의 절반 정도에 달한다.

이 와중에 과잉투자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중국기업들의 부도가 속출하고 있다.

자료제공업체 윈드인포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기업의 회사채 부도는 32건으로 작년 전체의 21건을 이미 넘어섰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중국의 기업부도가 작년의 3배 수준으로 폭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금융부문의 부실로 이어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2010년 유로존 부채위기에 이어 중국발 위기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BIS의 총부채 집계에서 빠진 금융부문에는 또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가운데 장부 외에서 관리돼 '그림자금융'으로 불리우는 자산관리상품(WMP)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적 그림자금융 상품으로 지목되는 WMP 판매잔액은 2011년 5조1천억 위안에서 작년 말 23조5천억 위안으로 5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와 관련,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WMP 잔액 급증은 중국 은행들의 신용위험을 한층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이미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NPL) 비율이 공식통계 1.75%의 10배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그림자금융은 정확히 얼마나 위험한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관련 잠재위험이 수시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한국도 '부채대국' 가계부채 신흥국 1위, 기업부채 홍콩·중국에 이어 3위

한국의 부채도 급증세를 이어가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작년 말 신흥국 중 1위를 유지했다.

한국의 GDP 대비 비금융기업부채 비율은 홍콩, 중국에 이어 신흥국 중 3위를 기록했다.

BIS에 따르면 작년 말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4%로 1년 전에 비해 4%포인트 증가해 비교 대상 18개 신흥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년 새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증가폭은 전체 신흥국 중 가장 컸다.

한국 다음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신흥국은 태국(71.6%), 말레이시아(71%), 홍콩(67.1%), 싱가포르(60.3%) 순이었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미국(79.2%)이나 일본(65.9%), 유로존(59.3%)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962년만 해도 1.9%에 불과했지만, 2000년 50%대, 2002년 60%대로 진입하며 가파른 속도로 치솟아 홍콩을 앞지른 뒤 13년째 신흥국 1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의 작년 말 GDP 대비 비금융기업부채 비율은 106%로, 홍콩(213.7%)이나 중국(170.8%)에는 못 미쳤지만, 4위 헝가리(89.3%)나 5위 싱가포르(82.3%)에 비해서는 훨씬 높았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