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브렉시트(Brexit·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23일)를 열흘 앞두고 글로벌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브렉시트 찬성 여론이 반대를 앞서면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외환시장에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4% 폭락했다. 파운드당 1.42달러까지 떨어져 지난 4월18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2월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다. 이날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여론조사업체 ORB와 공동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브렉시트 찬성이 55%, 반대는 45%(미정·무응답 제외)로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 컸다.

반면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화 가치는 급등했다. 유로화를 팔고 엔화를 사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날 엔화 환율은 유로당 120.1엔까지 하락했다. 2013년 4월 이후 3년여 만의 최고 수준이다. 스위스 프랑화도 0.58% 상승한 유로당 1.09프랑까지 올라 8주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 달러화는 14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이어갔다.

지난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5% 상승하면서 94.6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찬반 여론이 엇갈리면서 결과를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 혼란을 피하려는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11일 영국 주간지 선데이옵서버가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엄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는 브렉시트 찬성 42%, 반대 44%로 반대가 2%포인트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도이치은행 외환전략가의 발언을 인용해 “오는 23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투표 시점이 다가올수록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포지션을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의 EU 탈퇴에 대한 우려는 국채 가격도 끌어올렸다. 독일 국채(분트)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한 주에만 0.1%포인트 하락해 연 0.01%까지 떨어졌다. 미국 국채(10년) 금리도 연 1.63%까지 떨어지며 강세를 이어갔다.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 대표 주간지 슈피겔은 최신호에서 ‘떠나지 말라’는 제목과 함께 영국의 EU 잔류를 호소했다. 이 잡지는 ‘독일이 영국을 필요로 하는 이유’를 주제로 한 특별호를 발간하기도 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부 장관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다른 국가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