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15회 불려다닌 조성진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가전사업 담당) 사장은 지난해 사업장이 있는 경남 창원과 서울 서초동의 법원 및 검찰청을 15회 왔다갔다 했다. 구체적으로 검찰 출석이 2회, 1심 공판 9회, 2심 공판 4회 등이다.

조 사장은 2014년 9월 독일 베를린의 한 가전 매장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법원은 1심에 이어 지난 10일 2심에서도 조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조 사장이 세탁기 문에 손을 댄 것과 세탁기가 파손된 것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고소를 취소하고 처벌불원서까지 제출했지만 검찰이 기소를 유지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법원은 “단순한 의견 표명”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무죄를 받기까지의 대가는 작지 않았다. 조 사장은 법원이나 검찰에 출석할 때마다 새벽부터 승용차나 KTX를 타고 창원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반나절 이상 보내고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평일 15일이니 사실상 3주 동안 업무와 무관한 일에 매달린 셈이다.

애초에 검찰의 기소가 무리한 것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일반 가전 매장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면 피해를 변상하도록 하고 기소유예로 끝냈을 사안”이라며 “여론이 주목하는 사건을 통해 존재감을 높이려는 검찰 특유의 문화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무죄가 떨어지면 일단 항소하고 보는 검찰의 관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검찰은 현장 수사를 맡는 수사검사와 법정에서 싸우는 공판검사로 나뉜다. 공판검사가 항소를 포기하려면 그에 대한 이유서 등을 작성해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같은 행위는 해당 사건을 맡은 수사검사를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판검사 입장에서는 항소하는 게 여러 면에서 편하다”며 “67%에 이르는 형사사건 항소율의 상당 부분은 검찰의 항소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검찰은 2심에서 새로운 유죄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법원은 판단했다.

노경목 산업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